의원정수 확대, 공론화 필요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0-27 1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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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 국면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 법안이 한 데 묶인 패스트트랙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섣불리 카드를 꺼내지 못하지만, '고차방정식'을 풀 유일한 해법은 ‘의원정수 확대’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른미래당 등 소수정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역시 내심 ‘의원정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민주당의 경우, '조국 정국'에서 실망한 지지층과 돌아선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개혁입법을 성과로 내놓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특히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만회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선거제 개혁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두 법안을 동시에 '패키지 처리' 하려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공조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을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의 의원정수 300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축소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정당의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역구 축소 폭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론으로 결정된 것이어서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지역구가 축소되는 의원들이 표결과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구 28석을 줄이지 않고, 그만큼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안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역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물론 지금은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선거법 개정안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 올라온 패스트트랙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한국당 역시 치명적이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역구가 축소되는 영남권 의원들이 ‘나경원 책임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부산·울산·경남이 40석에서 35석으로 대구·경북이 25석에서 22석으로 한국당 텃밭인 영남권에서만 8석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한국당 역시 지역구가 축소되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정안보다는 지역구를 축소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야 모두가 차선책으로 ‘의원정수 확대’에 동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일단 '의원정수 조정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 역시 '비례대표 폐지 및 의원정수 270명 축소'를 제시한 상태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패권양당의 태도가 비겁하다. 


물론 국민은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정수 확대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심지어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것이다. 패권양당이 좋은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하기 보다는 서로 상대 당을 헐뜯고 무너뜨리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그런 의원들 수가 증가한다는데 누가 동의하겠는가. 하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다당제가 안착되면 제왕적대통령제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나아가 정치가 선진 유럽처럼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면 달라질 것이다.


패권양당 모습에 실망한 국민도 지금은 감정이 앞서는 탓에 의원 정수를 단 한명도 늘릴 수 없다고 하지만, 이성을 찾게 되면 어떤 것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 판단하게 될 것이고, 지역구를 축소하지 않는 정도의 의원증가에 대해선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하면서 서로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모습을 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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