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무엇을 위한 단식이고 창당인가”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25 11: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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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5일 작심한 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 수구보수 세력을 향해 칼을 빼어 들었다.


손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선거제를 막겠다며 6일째 단식 중이고, 유 의원은 선거법 개정을 막아내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며 “이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이고, 신당 창당인가”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그는 “양당 정당 싸움에 나라 멍 드는 현재 정치 계속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결과 분열의 승자 독식 양당제를 공고히 하는 현재의 정치, 거대양당이 독식하는 구도 막지 않고는 낡은 정치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구조 개혁이야말로 시대정신이고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치구도 바꾸는 게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정치인의 단식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을 것이고,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단식은 너무나 뜬금없다.


정치인의 단식은 극단적인 투쟁이다. 물론 황 대표 나름대로야 단식해야할 만큼 절박한 문제의식이 있었을 테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큼 객관적인가 하는 점에선 의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대다수 ‘다당제’를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황 대표는 다당제의 기초인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다당제를 ‘떳다방’에 비유하는 아주 몰상식한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다당제를 선호하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탓에 그런 말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황 대표의 단식이 ‘협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대부분의 정당이 찬성하고 있다. 이걸 백지화하라는 건 한국당의 오만이자 독선일 뿐이다. 황 대표는 단식을 거두고 지금이라도 선거법개정안 논의에 적극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협치 정신이다.


더구나 패스트트랙 법안 문제는 청와대가 아닌 국회 소관인데도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당 최고위원들이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국회에서 단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황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패스트트랙은 통과될 것이고, 그러면 나중에 한국당 의원들이 ‘당 대표는 뭐했느냐’고 물었을 때 “내가 이렇게 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 위한 체면치례 용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손 대표가 황 대표에게 “도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이냐”고 꾸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혁’의 태도다. 


유 의원은 지난 4월에 탈당을 결심했다면서 조만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당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이유로 들었다. 신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법개정안을 저지하겠다는 건 신당을 만드는 목적이 사실상 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한 협상창구용 신당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공화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 저지’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공화당 역시 신당에 유리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변혁은 마치 우리공화당과 충성경쟁이라도 펼치듯이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과 그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우리공화당, 그리고 변혁이라는 수구보수 세력이 ‘똘똘’ 뭉쳐 국민이 바라는 다당제 저지, 즉 연동형비례대표제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지적했듯 정치구조 개혁이야말로 시대정신이고 국민의 명령이다. 경고하거니와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세력은 결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국민은 ‘신적폐’ 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구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이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패권 양당제에 신물이 난 상태다. 다당제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다. 따라서 양당제하에서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반개혁을 주장하는 한국당과 그런 당에 들어가기 위해 충성 경쟁하는 공화당과 변혁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자기반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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