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책사유’ 안철수-오세훈은 출마자격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20 1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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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황당하고 어이없다.


특히 그가 출마 이유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제가 결자해지해서 서울시정을 혁신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해 달라는 거듭된 요구들을 더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힌 대목에선 폭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안철수의 행보가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탓이다.


성추행 시장이라는 ‘괴물’ 박원순을 만들어낸 사람이 누구인가.


그에게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 본인이다. 어떤 면에선 박원순을 공천한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더 책임이 크다.


민주당보다도 안철수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귀책사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소리가 더 크게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당헌을 폐기하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할 때, 안철수는 뭐라고 했는지 벌써 잊었는가.


당시 “후보를 내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 책임정치라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정말 책임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소린가. 책임진다는 것은 정해진 죗값을 치른다는 것”이라면서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 원 전액을 민주당에서 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을 공천한 민주당이 ‘책임정치’ 운운하면서 죗값을 치르지 않고 후보 공천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비용 838억원을 민주당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이런 비판은 맞다. 


그런데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한 그가 ‘결자해지’ 운운하면서 죗값을 치를 생각은 않고 자신이 직접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아닌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다급하다고 해도 이건 옳지 않다. 적어도 정치지도자라면 한 번쯤은 ‘귀책사유’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불과 5%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하면서 “박원순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시민사회에 헌신해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실상 지지를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괴물 박원순’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이 ‘책임정치’ 운운하며 당헌을 개정한 것이나, 안철수가 ‘결자해지’를 명분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귀책사유’ 회피라는 점에선 똑같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과 비교된다.


오 전 시장 역시 ‘괴물 박원순’ 탄생에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2011년 8월 1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밝히고 말았다.


그로 인해 당초 기초단체장 8명과 광역·기초의원들만 뽑는 '미니 선거'였던 10·26 재보선이 서울의 수장을 뽑는 사실상의 '총선 전초전'으로 확대되고 말았으며, 거기에서 안철수의 양보를 받은 박원순이 당선된 것이다. 사실상 ‘박원순 서울시장 시대’를 여는데 일조한 셈이다.


그걸 알기에 그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야권 서울시장 후보 1위를 기록했음에도 주변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대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억지로 당헌을 개정해가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그보다 더 귀책사유가 큰 안철수가 스스로 서울시장이 되어 보겠다고 나선 것 역시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도 후보를 내선 안 되지만, 안철수-오세훈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민주당의 공천을 비판하면서 이들이 후보로 나선다면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야권에선 이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피력한 상태이고, 국민의힘에서도 김선동 전 사무총장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공식 출마 선언한 상태다. 굳이 안철수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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