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이승만-박정희 ‘망령’ 버려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03 11: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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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우리나라에 제왕적대통령제를 도입한 사람은 이승만이다.


김구 주석이 이끌던 임시정부는 지금의 국회에 해당하는 임시의정원이 주석 및 국무위원에 대한 선출권은 물론 탄핵권과 불신임 결의권까지 지닌 ‘의회 우위’의 의원내각제 성격이 강했다.
해방 후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 역시 애초 임시정부처럼 의원내각제로 고안됐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승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제헌헌법은 대통령 중심제로 변질되고 말았고, 그게 바로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제왕적대통령제’의 시발점이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제왕적대통령제’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결국 4.19혁명과 함께 막을 내려야 했다. 그로인해 비로소 명실상부한 의원내각제 정부구조를 갖춘 ‘제2공화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곧바로 5·16 쿠데타가 발생했고, 의원내각제는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종말을 고해야 했다.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다시 이승만 시대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한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대통령제는 사실상 ’이승만 망령의 부활‘이자 ’박정희 망령의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87년 체제 역시 ‘간선제’가 ‘직선제’로 바뀌었을 뿐, 이승만이나 박정희 시대와 같은 제왕적대통령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제도는 이미 ‘대통령 오욕의 역사’를 통해 그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대통령 자리를 거쳐 간 이는 모두 11명이다. 그런데 내각책임제 하의 대통령(윤보선)과 과도기 대통령(최규하)을 제외한 9명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비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이승만은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하야했고, 이후 미국 하와이에서 쓸쓸하게 말년을 보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박정희는 부하가 쏜 총탄에 쓰러졌으며, 전두환과 노태우는 수많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비록 자신이 구속되지는 않았으나 자식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으며 노무현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던 중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구속수감중이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결국 구속됐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집권자가 모두 이런 불행한 사태를 겪는다면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통령 오역의 역사’라는 불행한 연결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혁명’ 당시 많은 참가들이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손에 들고 국가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 민의를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즉 이승만→5.16쿠데타→전두환→6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제를 버리고, 임시정부→4.19혁명→7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내각제로 헌법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은 사실상 ‘제2의 유신헌법’이라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실제로 송영길 의원은 최근 ‘대통령제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추진하려던 개헌 방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면 대통령을 8년까지 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는 ‘황제적 대통령제’에 가깝다는 점에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제는 87년 낡은 체제를 현실에 맞게 바꿀 때가 됐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국가 운영시스템을 바꿔 대통령의 권력을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주권시대인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과 박정희가 당시 높은 국민의 지지만 믿고 각각 발췌개헌과 유신개헌을 강행했고, 그 결과 그들 모두 비극적인 종말을 고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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