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김부겸, 이번엔 실망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14 11:47:4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과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다.


그가 원외 인사로 민주당 서울 동작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족히 25년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때로는 보이지 않게, 때로는 칼럼을 통해 노골적으로 ‘동갑내기’인 그를 응원해 왔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2019년 1월 27일 <연동형-광화문 광장, 김부겸이 옳다>라는 제하의 본란 칼럼을 통해 “이른바 ‘독수리 5형제’가운데 한 사람인 김부겸 행안부 장관을 상당히 오랜 기간 지켜봐 온 필자는 그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최고의 ‘험지(險地)’로 꼽히는 대구에 출마했다”며 "그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20개월 넘게 일하며 △검경수사권 조정 △지방자치를 위한 재정 분권 △자치경찰제 도입 등 굵직한 성과들을 이뤄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런 평가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정치인이다.


민주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머뭇거릴 당시 그는 “거대 양당이 사회적 갈등의 현장을 대표하지 못한다. 좋든 싫든 이미 양당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갈등이 깊어졌다. 그것을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무대가 공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며 공평하지 못한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또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선 ”국회는 의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대해서 총대를 메야 한다“고 국회 역할을 강조했는가하면, 민주당이 ‘독일식 연동형’이 아닌 ‘한국식 연동형’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한국식 연동형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의견과 달리 당당하게 소신을 펼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앞서 지난 2014년 06월 30일에는 <대구 김부겸> 제하의 칼럼을 통해 “선거 막판에 대구에서는 ‘부갬이(부겸이) 아(인물)는 좋은데, 당이 영 파이라(정당 선택이 잘못됐다)’고 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부산에서 출마한 오거돈 전 해양부 장관처럼 무소속으로 출마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당당하게 야당 후보로 평가를 받아야만 지역 구도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김 후보의 석패는 ‘정치적 승리’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언론에서는 ‘아름다운 패배’란 말도 나왔다”고 그의 패배에 벗으로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는 시민일보가 제정한 ‘의정대상’ 제1호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오늘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고인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으니 조금 이른 질문”이라며 답변을 피한 것은 그답지 않아 실망이다. 피해자가 그렇게 주장할 권리는 있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가 존중돼야 한다는 게 이유다. 


특히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역 당원들의 뜻을 물어본 뒤 당헌‧당규를 바꿔서라도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점은 대단히 실망이다.


민주당 당헌은, 당의 귀책사유로 지역자치단체장 자리가 공석이 된 경우 보궐선거 후보를 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문으로 물러났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성추행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헌대로라면 두 곳 모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당원들이 후보를 내라고 하면 당헌을 바꿔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니 그답지 않은 것이다.


물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서울과 부산이라는 핵심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김부겸만큼은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을 펼쳤어야 했다.


그래야 ‘김부겸’ 아니겠는가. 이런 실망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당권을 잡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동갑내기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야 결국은 당권도 오는 것이고 덩달아 대권도 따라오는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