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투항’ 받아달라는 유승민의 짝사랑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16 11: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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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메아리 없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짝사랑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16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만나자면 언제든지 나는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혁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와) 따로 연락 한 건 없지만 양쪽에서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와 자신 사이에서 누군가 매개가 되어 물밑에서 보수통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보수야권 통합의 3대원칙이라는 걸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싸늘했다.


오직 한사람, 한국당 소속 윤상현 의원이 “보수 통합을 위해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환영했을 뿐이다.


이런 반응에 유 의원은 상당히 감격한 모양이다. 그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입장에서 윤 의원이 그렇게 말해서 놀랐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수도권 의원들이 ‘현재 한국당으론 안 된다’는 생각에 불안해 한다는 걸 여러 경로로 듣고 있다”며 “양극단인 영남 친박과 수도권 의원 사이에 생각이 정리될 필요가 있고 황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통합 문제는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계(새누리당 탈당파) 8명 의원들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는가하면 “(한국당과 통합해서도) 지분이니 공천이니 이런 걸 요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새누리당 출신 8명의 공천을 보장받는 형식의 ‘당 대 당’ 통합을 포기하고, 황교안 대표가 제안한 ‘개별복당’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황 대표의 제안대로 ‘백기투항’할 테니 자신의 복당에 부정적인 영남 의원들과 친박 의원들의 반대의견을 황 대표가 나서서 정리해 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특강에서 “총선 전에는 (보수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는 “아직 (보수통합 추진 상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왜냐면 공개하게 되면 통합 추진하는 사람 사이에 당 안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당내 여론을 의식해 선별적인 개벽복당 형식으로 조용히 보수통합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 바른미래당 내에서 유승민 의원 측에 합류한 7명의 국민의당 출신들은 어찌 되는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이다. 사실 유 의원에게 있어서 그들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유 의원은 “통합 문제는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8명 의원들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새누리당 출신 8명만 언급했을 뿐, 국민의당 7명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 의원은 “현실적 이유로 의원 15인이 동시에 행동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그 이후 합류하는 방법도 있다”며 국민의당 출신들과의 ‘분리’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유 의원이 신당 창당은커녕 아예 나가지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유승민 의원은)정치적 행방이 묘연하다”며 “탈당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안 나갈 수도 있다. 저는 그렇게 본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 측이 신당창당도 못해보고 그냥 바른미래당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의당 출신들은 비록 당내 쿠데타 세력에 합류하긴 했으나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따라서 그들이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유승민 의원과 끝까지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그들이 한국당 입당을 희망한다고 해도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인 까닭에 그들이 탈당하고 신당 행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걸 알기에 유 의원도 새누리당 출신 8명만 데리고 한국당에 들어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황교안 대표에게 연일 눈물겨운 사랑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 의원의 이런 모습이 한편의 눈물겨운 신파극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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