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안철수에게 묻는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19 11: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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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9일 비례대표 의원 9명이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셀프 제명’한 것에 대해 “셀프 제명은 불법이며 해당 의원들의 당적 변경은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정당법은 국회의원 제명을 위해선 당이 정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는 국회의원 제명에 대해 윤리위원회의 제명 징계 의결과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란 두 가지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중 윤리위 의결 없이 의총에서 의원들끼리 작당해 찬성하는 것만으로는 제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셀프 제명된 의원들이 임의로 당적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당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칫 정치생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실제로 이중당적은 적발될 경우 정당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그만큼 혹독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추태를 부리는가.


지신이 소속하고 있는 당이 싫으면 당당하게 탈당계를 제출하고, 자신이 가고 싶은 정당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소신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금배지에 대한 욕심 탓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 의원들과 달리 개인의 능력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당의 이름으로 당선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을 나가려면 금배지를 내려놓고 가야 한다. 다만 당이 출당시키거나 제명할 경우에는 금배지를 달고 당적을 옮길 수 있다. 결국 ‘셀프제명’은 금배지를 그대로 달고 당적을 옮기겠다는 극히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행위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정치지도자라면 그런 추태를 단호하게 꾸짖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그런데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태도는 너무나 실망이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2018년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 당시 제명을 요구한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 ‘국민이 당을 보고 특별 당선시킨 것이므로 당의 자산이다, 나가려면 떳떳이 탈당하라’고 말한 바 있다”며 “스스로의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정치 세력이 어떻게 국민의 대안이 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셀프 제명한 의원들 대부분이 안철수계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도 ‘금배지’라는 특권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추태를 부린 것에 대한 질타다.


실제로 안철수 위원장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이 셀프제명을 요청할 때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선을 긋고 나선 바 있다.


당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안 위원장은 "비례대표는 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다. 개인 것이 아니다"라며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랬던 안 위원장이 이날 안철수계 의원들의 ‘셀프 제명’에 대해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결정한 걸로 안다”며 “피치 못해 결정한 걸로 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안철수계 의원들의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서도 “그런 문제는 추후에 말하도록 하겠다”며 뒤로 미루었다.


아마도 정당법을 위반한 그들의 태도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즉답을 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치지도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신당창당에 나선 안 위원장의 태도라는 점에서 너무나 실망이 크다. 물론 그들이 국민의당에 들어오면 안철수 위원장은 상당히 유리한 선거전을 치를 수 있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즉답을 피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로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안 위원장에게 다시 묻는다. ‘셀프제명’이 그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치에 부합하는 행위인가. 금배지라고해서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갑질’ 해도 되는 것인가. 


국민의당의 이득, 즉 안철수 위원장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셀프제명’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돌변한 것이라면 그대는 정치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소위 안철수계라는 자들이 ‘셀프제명’에 가담한 일탈행위를 준엄하게 꾸짖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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