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정부는 6시간 동안 뭐했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9-28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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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할 때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6시간 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탄을 맞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는 것이다. 대체,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엄중한 그 시간에 문 대통령은 무엇을 한 것일까?


야당이 그 시간 동안 문 대통령의 행적을 밝히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박범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우리 수역이냐 북한 수역이냐. 통치권이 미치냐 안 미치느냐 (문제)”라며 대통령과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한다.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 물론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피살한 수역이 우리 수역이 아닌 만큼 상당한 제한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부는 일단 우리 국민의 생환을 위해 청와대, 국정원,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핫라인을 총동원했어야 했다. 아무리 최근 남북관계가 안 좋고, 그래서 설사 북측이 응답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는 마땅히 '우리 국민의 생명에 관심을 가져달라. 구조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전후해 남북 정상 간 친서와 북측 통일전선부 명의의 전통문이 오간 것을 보니 핫라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 국정원과 북측 통일전선부 사이에 핫라인은 존재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도 국정원은 우리 국민이 잔인하게 살해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생명보다 북한 김정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국정원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튿날 아침 '늑장 보고'가 이뤄진 것도 문제다.


새벽에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까지 열었다는 건 그만큼 사안을 중요하게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대통령을 깨워서라도 보고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새벽이라 보고하지 못했다고 하니 그들의 눈에는 주무시는 대통령만 보이고 생명이 위태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거 아니겠는가.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북한 수역에서 발견하고 6시간 동안이나 대기했다가 사살했다는 건, 그만큼 그들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현장 보고를 받은 북한 상부가 사살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여러 경로를 거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그 시간에 우리 정부가 북한에 ‘우리 국민을 구조하고 생환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만 했어도 ‘두 딸 바보’인 대한민국 한 가장이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우리 군의 6시간 무대응도 문제다.


합참이 사살과 시신 훼손을 목격한 이튿날까지도 해군과 해경은 엉뚱한 곳에서 수색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해군과 정보 공유가 안 됐다는 얘기다. 


만일 북한이 피살하기 전에 군이 첩보를 공유해 해군 초계정이 접근하는 등 빨리 대응했더라면 그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서서 ‘6시간 무대응’에 대해 그 이유를 소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의 무대응과 유엔 연설을 연결하며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즉 유엔 연설에서 뜬금없는 ‘종전선언’을 꺼내 들기 위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지기까지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명백한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런 의구심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말 것이다. 결코, 문 대통령과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대통령은 마땅히 국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결국 탄핵당한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국정원을 비롯한 안보라인의 무능, 특히 우리 군의 무능한 대응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고, 특히 문 대통령 스스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런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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