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甲質’ 역겹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19 1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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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갑질(甲質) 하지 맙시다.”


이는 장진영 바른미래당 대표 비서실장이 석패율을 거부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다.


장 실장은 19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은 차라리 개혁할 뜻이 없다고 고백하고, 석패율 도입으로 지역구도 극복을 그토록 간절히 꿈꾸던 노무현 대통령 사진도 떼어 내라”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장 실장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분노한 것일까?


‘개혁’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민주당의 추악한 행태 탓이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법 개정안은 연동률을 100% 적용하는 온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라, 50%만 적용하는 ‘준(準)연동형’이었다. ‘승자 독식’의 잘못된 현행 제도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민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반만 내려놓겠다고 고집한 탓에 ‘반쪽 연동형’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최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느닷없이 ‘연동형 캡’이라는 기괴한 방안을 들고 나왔다.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상한선을 30석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기득권의 절반조차도 내려놓기 싫다는 뜻이다. ‘당익’을 추구하는 민주당에 의해 선거법 개정안은 그야말로 누더기 법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등 야4당 대표는 연비제 도입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심정으로 이런 민주당의 제안을 기꺼이 수용했다. 


따라서 ‘4+1 협의체’가 단일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민주당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뜬금없이 ‘석패율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의외다. 석패율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염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석패율제는 지역주의를 완화할 대안”이라고 말해왔다. 민주당 역시 석패율제에 대해선 그동안 찬성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이를 반대하는 것일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금이라도 있을 반개혁의 여지를 없애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명이 참으로 가관이다. 연비제를 10%에서 50%로 후퇴시키고, 그마저 캡을 씌워 자신들에게 돌아올 비례대표 몫을 확대시킨 ‘반개혁 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민주당이 ‘반개혁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고 나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접전지역인 수도권에서 석패율 당선을 노린 정의당 등 야당 후보들의 출마로 민주당 후보들이 불리해 질 것을 우려하는 당리당략에 따른 반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은 국회 밖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안에서 선거제 개혁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애초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의 여야 합의에 입각해, 선거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한 뒤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잊은 듯, "검찰개혁 먼저 마무리 지은 후 (선거법 개정을)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밝혔다.


아주 몰염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공수처법안이나 검경수사권 조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도 패권양당제의 잘못된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갈아엎을 수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더 시급하고 필요한 개혁이다. 이를 뒤로 미루자는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손학규 대표는 전날 "합의문이 사실상 우리의 최후통첩이었다."고 밝혔다.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이제 민주당은 더 이상 갑질하지 말고 그걸 받을지 안 받을지 그것만 선택하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선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라. 민주당 지도부는 당리당략을 쫓느라 개혁을 포기한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느냐, 아니면 정치발전을 위해 기꺼이 기득권 일부를 내려놓은 정치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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