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보선, 왜 ‘여성’이 화두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15 11: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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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여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 모습이 가관이다. 


먼저 책임 정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억지로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내기로 한 더불어민주당부터 살펴보자. 


이번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정 이전 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후보를 낼 수 없다. 


그런데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당헌을 바꾸면서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음주운전이나 재산 문제 등과 달리 성폭력 문제는 미리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에 공천한 후보가 ‘제2의 박원순’이나 ‘제2의 오거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당내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만큼은 성추문 재발 방지를 위해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그런 여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 후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여성 후보’의 ‘여’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성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자칫하면 '성비위 선거', '미투 선거'라는 프레임에 갇혀 야당의 공세에 말려 들어가는 꼴이 된다는 당 지도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탓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박원순-오거돈 성비위 사실에 대해 말로는 사과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낙연 대표가 "피해 여성께 사과를 드리며 부족함을 깊게 성찰해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지만, ‘미투 선거’라는 프레임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성평등’이니,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 ‘젠더 이슈’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여성 후보에 대한 당 지도부의 거부감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우상호 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현행 당규는 여성, 청년 등에 대해 10∼25%의 가산점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현직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여성 후보자는 당내 경선에서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10% 가산'을, 그렇지 않은 신인 여성 후보자는 '25% 가산' 조항을 적용받게 돼 있다. 당장 박 장관이 선거에 나설 경우 '10% 가산'을 적용하면, 박주민 의원이나 우상호 의원이 그를 이기기 어렵다. 당내 친문 진영에선 ‘비문’ 인사인 박 장관이 그런 특혜를 받는 게 싫을 것이다. 당내에서 ‘여성 후보’ 함구령이 내려진 이면에는 그런 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에서도 ‘여성 후보 가산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은 여성 후보가 절실하지만, 국민의힘은 굳이 여성 후보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예비경선과 본경선에서 '여성 가산점'을 모두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성 가산점을 얼마만큼 적용할지는 향후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로 미루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당규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제26조(가산점)는 경선에 참여한 정치 신인, 여성, 청년 등의 후보자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득표율 포함)의 100분의 20의 가산점(20%)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보궐선거 출마를 타진 중인 여성 후보들 대다수가 이름이 알려진 기성 정치인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게 과연 공정하고 타당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여성이든 청년이든 정치신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지 나경원, 이혜훈, 이언주 등 익히 알려진 기성 정치인에게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부여한다면 그건 또 다른 성차별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어쨌거나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당에서 ‘여성’이라는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현실이 못내 서글프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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