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수사" 아니라 "사필귀정"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06 1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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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법원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A 국장과 B 서기관 등 2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C 과장은 죄를 시인함에 따라 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


당연한 조치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0월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평가에 사용토록 했으며, 그 결정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한수원이 2018년 당시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할 경우 줄어드는 비용을 과다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한마디로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이를 검찰이 수사하고, 법원이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자 정의로운 조치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검찰과 법원을 응원함이 마땅하다.


단순히 '공무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만 수사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묵인하고 방조한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하는 까닭이다.


애초 이 사건은 ‘월성 1호기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그 윗선의 정점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조작을 지시했거나 자료삭제를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총대 메고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수사하고, 진실을 규명할 의무가 있다. 그게 수사기관의 역할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가관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감사원, 검찰의 행태에 법원까지 힘을 실어준 데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사법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판단인 월성 원전 조기폐쇄가 야당의 감사 요구와 1년간의 감사원 감사, 검찰의 강제 수사에 이어 이제는 법원의 구속영장 인용으로 무력화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정권이 잘못한 게 없다면 그들이 굳이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을 이유가 없고, 법원도 그들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


뭔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이 수사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겠는가. 설사 월성 원전 조기폐쇄가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해도, 그런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자료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망나니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게 국정농단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고개 숙여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표적 수사’로 규정하면서 ‘펄쩍’ 뛰고 있으니 정말 꼴불견이다.


실제로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표적·정치 수사가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거꾸로 들고 흔들고 있다”며 “세종시에서 서초동으로 가서 ‘검찰총리’에게 결재부터 받고 일하라는 공무원 사회를 향한 협박이냐”라고 말 같지도 않은 논평을 냈다.


그러다 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리가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국정 농단한 공무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표적 수사’가 아니라, ‘사필귀정’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들개처럼 몰려들어 짖는다고 해도 달리는 열차를 세울 수는 없다. 누구든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게 문 대통령이 주장하던 공정사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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