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와 개헌이 답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22 1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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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선거개입 의혹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이 가진 무소불위 권한 때문이다. 선거제 개혁과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비슷한 의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정치개혁이 절실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낡은 판을 바꿔야 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불거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송철호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선거 개입을 지시한 사상초유의 사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손 대표의 지적처럼, 청와대와 권력 실세가 선거에 개입하고 그 과정에서 인사비리가 일어난 것은 비단 문재인정부에서만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6공화국 출범이후 역대 모든 정부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모든 대통령들은 불운한 임기 말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야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듯, 문재인 대통령도 탄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제 폐단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낡은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1년 전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민심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런 연유다.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로 인해 패권양당이 모든 기득권을 누리고, 이런 바탕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제왕적 권한을 누리다보니 선거개입과 같은 의혹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이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더욱 심각한 국정농단 사건이 터져 나오고, 그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불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는 여기서 단절돼야 한다. 


그러자면 연비제를 도입해 다당제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문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연비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민주당은 당장 눈앞에 있는 당리당략에 집착한 나머지 연비제를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을 불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화살은 결국 민주당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걸 바라는 것인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석퍠율’을 꼬투리잡고 선거법 개정안을 발목 잡을 것이 아니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오히려 자신들이 제안했던 ‘연동형 캡’을 스스로 제거하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21대 총선 이후에는 손학규 대표가 주창한 ‘제7공화국 건설’대열에 민주당도 합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도 손 대표가 주창한 분권형 개헌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최근 “현재 우리가 겪는 초갈등사회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 입장에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20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첫째는 개헌이다. 그 핵심은 통치역량의 민주적 강화다. 대통령과 의회의 협치 구조를 제도화하고 집행권력 위주의 권력 행사를 합의권력으로 전환하면서 생산적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이상 독점하지 못하도록 선거법을 바꾸고, 그렇게 치러진 선거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세력에게 내각 구성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정 제안 때도 우리 정치의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아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도 "우리 사회 병리적 현상인 정치권이 사생결단 대결구도에서 상대를 파트너가 아닌 죽여야 하는 적으로 생각하는 기막힌 현상이 제왕적 대통령제 병리적 문제"라며 "현 시점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권력분산형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진심이라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분권형 개헌 이전의 단계인 다당제의 안착을 위해 연비제 도입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손학규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분권형 개헌’을 이슈로 내걸고 여야 각 정당에 이를 공약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해주기 바란다. 연비제 도입의 징검다리를 놓았던 손 대표가 이번에는 분권형 개헌의 주춧돌을 놓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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