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불출마에 대한 斷想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18 11: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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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화제다.


그의 불출마 선언은 공교롭게도 바른미래당 내에서 당권투쟁을 벌이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떠올리게 만든다.


손학규 대표는 1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계은퇴 시사와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대결과 갈등의 싸움만 하는 거대양당 구도가 타파되지 않는 한 사람만 바뀌는 물갈이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기존 정치에 실망해 정치 개혁을 열망하는 우리 국민의 뜨거운 목소리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답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단순히 사람만 바뀌는 물갈이가 아니라 정치의 판을 바꾸는 정치구조의 개혁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얘기하면, 더러운 어항에 부패한 물고기 몇 마리를 건져내고 새로운 물고기 몇 마리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어항이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깨끗한 물이 담겨 있는 어항에 새로운 물고기를 넣어야만 그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어항갈이론’이다.


다시 말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부패한 패권양당에선 깨끗한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항’ 즉, 정당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패권양당이 아닌 제3지대의 정당이 안착하려면 정치구조가 개혁돼야만 한다.


손 대표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만 바뀌는 물갈이가 아닌 정치구조 개혁"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연유다.


김관영 최고위원도 "인적 쇄신은 우리 정치에서 매우 필요한 과제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람만 바꾼다고 우리 정치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정치의 본질을 바꾸는, 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가 손학규 대표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 의원 모임 ‘변혁’의 대주주 격인 유승민 의원이 연상되는 이유는 좀 특별하다.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 의원은 작년 1월 9일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승민 대표와 ‘통합전대’를 놓고 시작된 불협화음이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17년 11월 남경필 지사는 ‘통합전대’안을 꺼내 들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함께 통합 지도부를 구성해 자연스레 합당하자는 이른바 ‘자강파’와 ‘통합파’의 중재안이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세연 의원도 “국정농단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가 조기에 추진돼 결론이 나오면 통합 전대를 통해 우리가 보수 대통합의 주도권을 쥐고 대등한 입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했다. 하지만 당시 유력한 당권주자였던 유승민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전대를 늦출 수 없다”고 못 박아버렸다. 


남경필 김세연 제안은 무산됐고 결국 바른정당에 남아있던 ‘통합파’ 9명은 유승민 대표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바른정당은 원내 의석수 20석이 무너지면서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해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유 의원의 지나친 당권욕이 결국 바른정당을 반 토막으로 쪼개버린 셈이다.


유 의원은 지금 손학규 대표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어항갈이’, 즉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지대를 구축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정치판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 의원은 기존의 더러운 어항 가운데 하나인 한국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물밑에서 꾸준하게 통합을 논의해 왔다.


과연 어느 길이 올바른 길일까?


유 의원처럼 당장 자신의 금배지를 지키기 위해선 비록 부패하더라도 큰 어항에 들어가는 게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행보가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장담하건데 결국 그런 행보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게 될 것이다.


손쉬운 ‘물고기 갈이’가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어항갈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손학규 대표의 신념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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