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양당의 다시 쓰는 흑역사...비례정당 ‘꼼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3-22 1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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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패권양당이 더러운 선거의 흑역사(黑歷史)를 다시 쓰는 모양새다.


실제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자매정당인 비례용 정당을 만들고 공천하는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온갖 추태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막아선 통합당은 물론, 선거법 개정에 사활을 걸었던 민주당까지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로 선거판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국민은 “이게 나라냐”라는 팻말을 들고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를 바꾸어 달라며 ‘촛불시위’에 나섰다. 정치권은 그런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했고,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연동형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물론 온전한 연동형은 아니다.


통합당의 전신인 옛 자유한국당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극렬하게 저항했으며, 민주당 역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탓에 패권양당의 기득권을 상당부분 유지시켜주는 기형적인 연동형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21대 총선에 적용되는 연동형은 비례의석을 전혀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절반만 연동형 원리를 적용하는 ‘준’연동형에다가 30석 상한선까지 씌운 ‘캡’ 연동형”이라는 ‘이중의 자물쇠’를 채운 그야말로 기괴한 연동형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돕는 이 선거제도로 인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패권양당은 그런 소박한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소수정당에게 돌아갈 몫의 의석을 도둑질하려는 패권양당이 비례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로 이 선거제도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4월 총선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과 짝을 이룬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석 나눠먹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양당이 보인 추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이른바 ‘의원 꿔주기’라는 추악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선거 기호는 의원 수가 많은 순서대로 부여되는 데, 결국 의원 꿔주기는 정당투표 용지 상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러운 자리싸움에 불과한 것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통합당은 앞서 한선교 의원 등 모두 6명의 의원을 꿔주었고, 지난 18일 한 대표가 사퇴하자 5선 원유철 의원 등 4명을 추가로 빌려 주었다. 그 과정에서 최근 법원으로부터 ‘무효’ 가처분이 인정된 비례대표 ‘셀프제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보다 많은 10명 이상을 위성정당에 보내기 위해 일부 의원들을 골라 설득 중인데 상당수 의원들이 “명예를 지키겠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 


비례정당으로 이적할 경우, 훗날 ‘꼼수 정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고, 그것이 정치생명에 치명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합당에서도 장래가 촉망되는 김영우, 김세연 의원 등은 ‘꼼수정당’으로의 이적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어차피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만 이적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 토론이 불가능 한 것도 문제다.


공식 선거운동은 다음달 2일 시작된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당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텔레비전 토론회에 참가할 수 없고, 신문·방송·인터넷 광고도 할 수 없다. 선거법은 토론과 광고를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한 정당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예전보다 ‘비례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던 이번 총선이 패권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 이전보다 악화된다는 점 역시 문제다.


심지어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대결로 양극단의 정치가 한층 격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른바 ‘가짜정당’, ‘위헌정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이 아닌 소수정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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