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국민은 ‘패스트트랙’을 지켜라

고하승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2 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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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패스트트랙에 마지못해 동조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어선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지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홍으로 인해 선거제 개혁안이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양당 내홍을 핑계로 민주당이 패스트랙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승자독식’ 구조인 현행 선거제도는 무수히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현행 소선거구제는 오랫동안 지역주의와 결합돼 이념·정책 정당의 과소대표와 지역·인물 정당의 과도대표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러다보니 지역할거주의와 그에 기초한 정당보스주의가 고착됐고, 따라서 국민의 삶과 직격되는 정책정당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특히 민의를 왜곡하는 패권양당 체제의 고착화로 인해 정치는 양극단으로 흘러가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소선구제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려면 각 정당이 얻은 표에 비례해서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바꿔야한다. 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 제도를 도입하지 못했던 것은 현행 제도에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집권당과 제1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른바 패권양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을 눈속임하는 비열한 행태가 난무하기도 했다. 


연동형비례제는 국민의 표가 사표(死票)화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최상의 제도다. 그런데도 국민은 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각 정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마치 나쁜 제도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한 건 아는데, 이게 자신들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는 유권자가 많다.


심지어 비례대표제가 청년,여성,장애인,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정치진출을 돕고, 그로 인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오히려 ‘나쁜 제도’로 인식하는 국민들도 있다. 패권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탓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고,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나 지금의 문재인 정권처럼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 독주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다당제가 안착된다. 다당제가 들어서면 각 정당들이 상대 당 발목잡기만 해서는 표를 얻을 수 없다.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의 삶과 직격되는 정책으로 경쟁해야만 한다. 


또한 집권정당이 독주를 못하니까 다양한 정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부가 탄생되는 셈이니 당연히 복지가 확대 될 것이고, 재벌의 정치 영향력은 그만큼 감소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제도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내에서 양당체제로 회귀하려는 구태세력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에선 당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을 모색하려는 세력이 패스트트랙을 반대하고 있으며, 12일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의원들 역시 패스트랙에 비판적이다.


이를 기화로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마지못해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민주당이 돌아선다면 선거제 개혁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안이 양당제 회귀를 갈망하는 추악한 정치세력에 의해 좌초될 경우, 국민의 분노가 그대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이 통과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겨우 밑돌을 놓은 것이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이 밑돌을 빼내는 추악한 자들이 누구인지 언론은 분명하게 역사에 기록할 책무가 있다. 국민 역시 자신의 표를 ‘사표’로 만들려는 패악한 자가 누구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 야합해 패스트트랙에 실린 선거제 개혁을 좌초시키지 못하도록 언론과 국민이 감시하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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