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老慾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15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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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17일까지는 반드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협의체는 이미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에 연동률 50% 적용'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은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그건 주요 변수가 못 된다.


따라서 ‘4+1’협의체의 단일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느닷없는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 이른바 '연동형 캡(cap)' 적용여부가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4+1’협의체의 합의안, 즉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에 연동률 50% 적용' 방안이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방식에 따라 배분하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연동형 캡' 도입 시 실질 정당 득표 연동률이 30% 안팎으로 떨어져 '연동률 50%' 합의가 무색해진다. ‘반쪽 개혁’이 또 다시 반 토막 나는 ‘반의반쪽 개혁’으로 크게 후퇴하는 셈이다.


대체 민주당은 왜 이런 반개혁적인 발상을 하게 된 것일까?


여의도 정가에선 이해찬 대표의 ‘노욕(老慾)’이 빚은 참사로 보는 분위기다.


캡을 씌우지 않으면 민주당이 애써 영입한 인재에게 돌아갈 비례 의석이 줄어들기 때문에 억지로 중간에 목을 졸라서라도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소수정당에게 돌아갈 몫을 차단하고 민주당 몫을 확대 하려 한다는 것이다.


말이 민주당 몫이지 사실상 이해찬 대표의 몫을 확대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보안 유지’라는 명분으로 별도의 위원은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인재를 추천하면 이해찬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비례대표는 이해찬 대표 한 사람의 손에 생사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가 자기사람들을 비례대표로 보다 더 많이 심기 위해 억지로 ‘캡’을 씌우는 반개혁적인 발상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노욕이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의 노욕은 이게 끝이 아니다. 


민주당이 현역 국회의원이 불출마하는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참신한 인재 영입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개혁과 쇄신을 키워드로 전체 선거를 끌고 가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대표의 공천 몫이 그만큼 확대되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의 공천 몫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 안팎에선 최대 40곳 정도가 전략선거구 검토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자리에 이해찬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자기사람을 스스로 추천하고, 당 대표로서 공천까지 주는 이른바 ‘북 치고 장구 치고’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당내 문제인 까닭에 이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연동형에 ‘캡’을 적용하는 문제는 정치개혁을 이루느냐, 아니면 개혁을 포기하느냐하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찬 대표 한 사람의 ‘노욕’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


아마도 이해찬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까지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고 싶은 욕심 탓에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옳지 않다. 자기사람 심기는 지역구 40명이면 족하다. 거기에 비례대표까지 자기사람을 심기위해 괴상한 ‘캡 씌우기’를 시도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바다.


가뜩이나 이해찬 대표의 노욕 탓에 50% 준(準)연동제로 후퇴한 마당에 이마저도 반 토막 내겠다는 발상은 이 대표가 살아온 정치궤적과도 맞지 않는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 이해찬 대표가 노욕을 버리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정치발전을 위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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