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가분다리 안 물릴라믄 내처럼 하이소”

최성일 기자 / look7780@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10 15:27:3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기고 – 산청군보건의료원 이호염 주무관 [산청=최성일 기자]
 

산청에서 나고 자란 내가 고향인 이곳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30년이 훌쩍 지났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산청은 산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다만 산간 농촌지역이라 의료나 생활수준은 극히 평범하다.

주민들 모두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곳은 노령인구가 많은 시골이라 경로당에 가면 80대 어르신이 많이 계신다. 대부분 눈과 귀가 어두워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교육을 위해 찾아가도 그저 내 얼굴만 빤히 보고 어린아이처럼 웃어주실 따름이다.

프레젠테이션도(PPT), 홍보용 리플렛도 관심이 없고 보건소에서 무슨 선물을 줄 것인지가 어르신들의 최대 관심사이니 교육자인 나로서는 난감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주민들과의 원활한 소통 매개체가 홍보물품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나도 이를 곧잘 이용하곤 한다.

“어머님들~ 오늘 공부 쪼매 하시면 선물 줄 건데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잘하면 선물 한개 더 줍니더~” 교육시작시점에 집중시킬 수 있는 멘트다.

“저 오늘 진드기 땜에 나왔어요.” 얼굴이 붉어질 만큼 반응이 없다.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접근해 본다.
“가분다리(진드기를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 알지예?” 하면 그제야 “암, 알지~” 하신다. 이제 본격적인 교육 시작이다.
“가분다리에 물리고 나면 딱지가 요렇게 생기고, 열도 나고 몸살처럼 아파예” “일단 가분다리한테 안 물리는 것이 상책이고, 가분다리한테 안 물리기 위한 예방책으로는… 이래 합니더~”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나는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법인 토시착용과 장갑, 양말 등 옷차림을 보여드려야 한다.

교육자인 나는 직접 긴팔옷을 입고 거기에 장갑, 토시를 착용하고 바짓단을 양말 속에 넣어 신고 윗옷은 허리춤에 넣는 등 직접 행동으로 보여드린다. 진드기를 예방하는 최선의 복장이다.

그리고 기피제 사용법도 빠트리지 않는다. 어르신들에게 공동시설에 설치된 기피제 분무기와 휴대용 기피제 모두 사용할 것을 권해 드리지만 별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잘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최대한 시범을 보이며 안내해 드리지만 아쉬움이 있다. 이런 교육에서는 예방적 작업복을 착용한 마네킹과 비예방적 작업복을 착용한 마네킹을 두고 서로 비교하면서 보여드리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예산이 허락한다면 복지회관이나 다중시설에 홍보용 마네킹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센서가 부착돼 사람이 지나가면 말하는 마네킹이면 더 집중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홍보용 기피제(50ml이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줄 수 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외에도 마을입구나 야외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장소에 “진드기 예방을 생활화 합시다”를 반복해서 홍보하는 기계가 설치된다면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는 진드기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쉬운 마음을 삼키고 나는 오늘도 부모님 같은 지역 어르신들이 진드기에 물리지 않으시도록 교육에 나선다.

“어르신! 가분다리 안물릴라면 어떻게 하는지 제가 보여주고 말씀드린거 잊지 않으셨지예?”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