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김근식 선대본부장이 제격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14 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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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아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정식집에서 김근식 교수와 비밀리에 회동했고,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김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정당의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특정인 공천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제안했다면 이는 사실상 불공정한 경선을 조장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은 당 대표 자격이 없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내어놓고 그 사람 캠프에 가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국민의힘에선 최근 출사표를 던진 이종구 전 의원 외에도 이미 박춘희 전 서울 송파구청장,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 5명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이 김 교수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한 것은 어디까지나 ‘측근 챙기기’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아마도 김 위원장이나 김 교수 모두 당내에 특별한 기반이 없는 자들이어서 서로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된 것 같다.


실제로 김종인 위원장은 올 9월 김근식 교수에게 직접 대변인직을 제안할 정도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비록 당시 김근식 교수가 김예령 대변인과의 '투톱'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직을 고사했으나 여전히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당내 구(舊)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당무감사에서 대거 교체대상으로 권고됐지만, 김근식 교수만 제외된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김근식 교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7일 원외 지역위원장 교체가 필요한 선거구, 즉 당협위원장 교체 권고 대상 지역을 확정했는데, 이동섭 문병호 김영환 김삼화 전 의원과 김철근 장진영 김소연 위원장 등 국민의당 출신들 대부분이 포함됐다. 하지만 김근식 교수는 살아남았다. 김종인 위원장의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김 위원장이 전북 남원 출신으로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김 교수에게 "호남 출신이 호남 표를 가져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물론 호남에 ‘비(非)민주당’ 표가 존재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표심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그 표심을 얻기만 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호남 비민주 표심’이 안철수계를 거쳐 유승민계로 정착한 김 교수를 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른바 ‘호남 비민주 표심’은 예전 국민의당을 지지하던 표심이다. 그들은 과거의 국민의당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런 국민의당을 산산조각내 버린 게 바로 안철수다. 안 대표는 호남계의 반발에도 유승민이 이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강행해 국민의당을 반 토막으로 쪼개고 말았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호남 주민들이 안철수와 유승민, 그리고 그 추종자들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교수는 ‘호남 비민주 세력’이 증오하는 인사일 뿐이다. 호남표를 끌어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인사인 셈이다.


이러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집권 세력에게 패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이래선 안 된다. 김종인 위원장의 입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컷오프’를 위한 1차 예비경선만이라도 당원들의 투표로 치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언젠가는 당을 떠날 사람이다. 그 짧은 정치 이력에 벌써 당을 옮긴 이력이 있는 김 교수도 다시 당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 반면 탄핵정국에서도 꼬박꼬박 당비를 내면서 꿋꿋하게 당을 지켜온 당원들은 언제까지나 당을 지킬 당의 주인이다. 그런데 선거 때가 되면 당의 주인으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공직 후보 선출권이 제약을 받는다면 그건 옳지 않다. 민주당 등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공직 후보 선출 권한을 부여해야만 김종인 위원장의 ‘측근 챙기기’와 같은 불공정한 경선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측근에게 유리한 경선을 위해 끝까지 당원들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면,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내려놓고 김근식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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