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다당제 시대' 개막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25 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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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물론 민심을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하는 100% 연동제가 아니라 50%만 연동하는 ‘반쪽 연동제’에다가 ‘30석 상한선’이라는 괴상한 ‘캡’까지 씌운 누더기 법안이기는 하지만, 특정 패권 정당이 과반의석을 점하는 낡은 양당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다당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 하다.


실제로 국민의 의사를 연동해서 의석에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도의 취지에 따라 다수당의 의석은 줄고, 소수당, 신생정당의 의석은 증가하게 된다. 그로 인해 다양한 국민의 생각이 의석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20대 국회에 우연히 만들어진 다당제가 이제 상수가 되는 것이다.


다당제는 단독 과반을 가진 여당 또는 야당으로 인해 벌어지는 극단적인 갈등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소수야당과의 협치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여당이 단독 과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소수 정당들과 협치를 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힘이 센 제1야당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발목잡기만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존 정치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판이 열리는 셈이다. 


다당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소수당 간의 정책 경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소수당은 지역구 후보 보다는 정당의 정책과 선명성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국민의 삶과 직격되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제도가 그동안 도입되지 못했던 것은 현행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왔던 패권양당의 반대 탓이다.


지금도 자유한국당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발버둥치고 있으며, 연동형이 누더기 법안이 된 것은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놓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욕심 탓이다. 이런 패권양당의 반대를 뚫고 캡을 씌운 ‘반쪽 연동형’이나마 합의에 이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할 것이다.


사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기적 같은 선거제 개편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연비제 도입 합의’를 이끌어 냈으며, 그것이 단초가 되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선거법 개정안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민주당과 소수정당과의 갈등으로 합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손 대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 담판을 지었고, 결국 50%연동형에 30석 상한선이라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그런 손 대표의 열정과 노력에 정치가 정화되기를 바라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요즘 언짢은 소식이 들린다.


선거법을 끝까지 반대했던 한국당이 이른바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소식이다. 


즉 꼭두각시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지자들에게 정당 투표는 그쪽에 하도록 '전략 투표'를 유도하고, 선거가 끝난 뒤 합당하는 방식으로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모두 취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심을 왜곡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특히 북한이 조선노동당의 꼭두각시로 ‘조선사회민주당’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 같은 행태라는 점에서 토악질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국민이 그런 ‘꼼수’를 용납할지 의문이다. 정말로 한국당이 꼭두각시 정당을 만들 경우, 수도권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지역구 의원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꼼수로 비례대표 몇 석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연비제는 새로운 ‘다당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경고하거니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두려움에 ‘꼼수’를 사용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가슴 뛰는 ‘다당제 시대’의 개막에 꼭두각시 정당이 장애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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