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승민은 그때그때 달라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0-24 12: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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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정권 당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당론은 “반대”였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복당 3개월 만에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16년 9월 한림대 특강에서 “새누리당도 한나라당 시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주장했으므로 야권의 (공수처 신설)주장을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왜 정의인가’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유 의원은 "판사, 검사가 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며 "사법부의 부패한 모습을 보면 과연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엄청난 자괴감이 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들의 일탈 행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저들은 계속 검은돈과 향응을 받으며 정의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야당이 열심히 주장하는 공수처를 안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특별한 개혁이 필요하다. 공수처 신설은 과거 새누리당도 한나라당 시절에 주장했던 것"이라며 "여야는 즉각 공수처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저들(사법부)에게 셀프 개혁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공수처 신설이 정의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에도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로서 공수처 신설을 공약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럽쇼?


이제 와서 그의 말은 180도 달라졌다. 


유 의원은 이미 지난 4월에 탈당을 결심했으면서도 오는 12월까지 탈당을 미루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수처 저지’를 꼽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21일 자 발행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반대 한다"며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를 ‘정의’라고 외쳤던 그가 이제 와서 ‘공수처 저지’를 위해 탈당을 12월까지 미루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24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금배지가 중요한가 보다”라며 “자유한국당에 들어가려고 하는 힘겨운 몸짓”이라고 단언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한국당과 코드맞추기”로 규정했다.


유 대변인은 “온몸으로 공수처를 비롯한 사법정치 개혁을 막고 난 다음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니 실상, 모리배가 따로 없다”며 “입으로는 한국당과 선을 긋겠다고는 하지만, 발걸음은 자유한국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차라리 솔직하게 지금이라도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으시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유 의원의 공수처에 대한 입장변화는 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그때그때 다른 ‘내로남불’ 태도를 보인 사례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런 모습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닮았다고 해서 유승민 의원은 ‘제2의 조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해 "명백한 가짜뉴스를 국민 앞에 버젓이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바른미래당 당권 찬탈을 위해 스스럼없이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바로 손학규 대표의 당비대납 의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이런 소문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있었다. 당시 바른정당 출신 사무처 직원이 타인명의로 손 대표의 당비가 입금된 자료를 뽑아서 유 의원 측에 은밀히 제공했다는 소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 나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조용했던 것은 아마도 당비 대리입금은 단순히 심부름에 의한 것으로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손학규 흠집 내기’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 게다. 정말 그런 거라면 유 의원은 지금 추악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최대 장점은 도덕성이다.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선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깨끗하다. 제1야당 대표 당시 둘째 딸 결혼식은 가까운 지인 50여 명에게만 결혼 소식을 알려 당 관계자들조차 알지 못했을 정도로 청렴하다. 기자들이 뽑은 정치지도자에서 여러 차례 1위로 뽑혔던 것은 그런 손 대표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바로 거기에 흠집을 내기 위해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철부지’로 평가받는 이준석씨를 앞세워 이른바 ‘똘마니’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탈당을 결심했다면서 내부에서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말을 바꾸는지, 그때그때 다른 유승민의 ‘내로남불’ 정치가 이제는 지겹다 못해 역겹다. 조국 전 장광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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