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미운털 박히면 야권 기대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26 12: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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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요즘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의 기대주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이들은 한때 여권 인사였으나 지금은 여권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권에 미운털이 박히면 야권의 기대주가 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20대 총선 출마를 제안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다.
 

이듬해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면모를 보였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작년 6월엔 검찰총장에 지명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누가 봐도 확실한 여권 인사다.
 

그러나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하면서부터 그는 여권에 미운털이 박히고 말았다.
 

여권으로부터 칭찬받았던 그가 이제는 '검란(檢亂)'의 장본인으로 낙인찍혔고, 그로 인해 야권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제2의 윤석열'로 평가하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2018년 1월 최 원장을 임명하면서 "법관으로서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면서 "미담이 많다"고 잔뜩 추켜세웠다.
 

그런데 국회가 작년 9월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면서 미묘한 변화 기류가 나타났다. 감사 마무리 기한(올해 2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배경으로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어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감사위원들의 시도를 최 원장이 제지했다는 말들이 나온 것이다.
 

특히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완전히 미운털이 박혔다.
 

그러자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그를 윤석열 총장과 함께 대선주자로 주목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 역시 흡사하다.
 

금태섭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친분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안 대표와 결별하고 민주당에 잔류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의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핵심 과제인 공수 설치 법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지면서 그는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21대 총선 지역구(서울 강서구갑) 경선에서 이례적으로 현역 의원이 패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게 끝은 아니었다. 올해 5월에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공수처법 기권은 '당론 위배'라며 경고 징계까지 받아야 했다. 그가 재심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은 미적거리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생각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고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러자 곧바로 야권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양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 미운털이 박히면. 야권의 기대주가 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오만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당내 인사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당 밖 인사들이 기대주로 부각 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힘에 대해선 국민의 관심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들, 즉 여권에 미운털 박힌 야권의 기대주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제3지대가 형성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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