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갑질’ 금배지 수에 연연하지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17 12: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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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7일 “우리 정치가 구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로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 신당의 창당은 결코 새로운 일이 될 수 없다"며 "선거 편의를 위한 지역주의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합당 합의에 대해 사실상 추인을 거부한 것이다.


몇몇 유력 지역 정치인들이 오로지 자신의 선거만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사익(私益)에 반하는 이런 결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는 금배지들 위주로 돌아가는 구조다. 그들의 머리수에 따라 기호가 정해지는가하면, 국고보조금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선거 때만 되면, 금배지들이 당에서 ‘갑질(甲質)’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미래세대와 함께 정치구조개혁을 위해 기꺼이 외로운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몇몇 유력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기 쉽게 하는 것, 의석수 몇 개를 더 얻고자 지역주의 정당으로 이합집산하는 것 모두 정치구조개혁이 아니다"라며 "지역주의와 이념에서 자유로운 미래 세대가 정치의 주역이 돼 실용주의 중도개혁 정치를 펼쳐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도개혁 세력이 제3의 길을 굳건히 지켜내 정치개혁과 세대교체 개혁에 앞장설 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열린 다당제 의회를 젊은 세대가 만들어가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정치구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까지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구태세력과 그에 맞서 당을 지키고 다당제를 안착시키려는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이었다.


첫 번째 싸움은 당권을 장악해 자유한국당에 팔아넘기려는 유승민 일파와의 싸움이었다. 온갖 모욕과 조롱에도 손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당을 지켜내었고, 당권장악에 실패한 유승민 일파는 떨어져 나가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가 지루한 협상 끝에 오늘 결국 꿈에 그리던 자유한국당 품에 안겼다. 이른바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자유한국당에 흡수통합된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싸움은 다당제를 지키려는 손학규 대표와 그를 몰아내 ‘호남통합당’을 만든 후 더불어민주당과 흡수 통합하기를 희망하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과의 갈등이다. 실제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그런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다당제를 지키려는 손학규 대표는 유승민 일파나 일부 호남계처럼 양당제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구태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싸움을 포기하고 손 대표가 물러날 경우,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모처럼 다당제 시대가 열릴 것이란 국민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건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이자 자신이 목숨을 걸었던 단식의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되레 후퇴시키는 ‘반개혁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비록 지금은 외롭고 고단한 길이긴 하지만, ‘갑질’하는 호남의 금배지가 아닌 젊은 미래세대와 함께 다당제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그의 선택은 백번 옳다. 그 어려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손 대표는 급조된 당 지도부를 새롭게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구태로 회귀하려는 자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세력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즉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양당제 시대로 돌아가려는 추악한 정치인들과 단절하고,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래정치를 위해 다당제를 사수하겠다는 젊은이들과 새로운 정치를 구현해 나가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금배지 수에 연연할 필요 없다. 곧 떨어져 나갈 금배지를 가지고 갑질하는 그들은 어차피 미래가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금배지 수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생각이다.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각종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최대 의석을 지닌 대안신당 지지율이 1%내외에 불과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호남 지역 유권자들도 ‘지역정당’은 싫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총선에서 생존하고 싶다면 그들 스스로 ‘탈(脫) 지역정당’을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안은 미래세대와 함께하겠다는 손학규 대표의 깃발 아래 모여 드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 등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의원들을 제외한 다른 제3지대 의원들의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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