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퇴진 없다” 못 박아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1-05 12:17:5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보수당(새보당)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하지만 이미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고작 원내 8석에 불과한 당의 공동대표가 무려 8명이나 된다는 것부터가 웃음거리다.


실제로 공동대표단은 초·재선 의원인 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 5명과 이준석 씨 등 원외 인사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한 달의 임기로 돌아가며 ‘책임대표’를 맡는다. 첫 책임대표는 새보당 창당준비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맡기로 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집단 공동대표단 체제를 운영하는 것일까?


새보당은 당 대표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당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런 말 같지 않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탈자 발생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당초 유승민 의원 측은 자신들이 만드는 신당을 ‘유승민-안철수 공동신당’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도 함께 할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새보당 창당에 함께 할 것을 촉구했지만, 안 전 대표는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안 전 대표와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 "변화와 혁신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할 때 제가 10월초, 11월말에 제가 같이 하자는 그런 얘기를 문자로 드렸는데 답을 못 받은 상태"라고 실토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유 의원의 손을 뿌리쳤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게 된다면 새보당은 그야말로 초토화되는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의원들 대다수에게 ‘공동대표’라는 큼직한 감투를 씌워준 셈이다.


하지만 그런 감투로도 언제까지나 이탈자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


앞서 한국당이 지난 2일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한국당에 재입당을 희망하는 인사에 대한 복당(復黨)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탓이다.


황교안 대표가 유승민 의원에게 보수대통합을 제안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통합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복당을 전면 허용한 것은 새보당 인사를 개별복당 형식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미다.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한 후에 몸값을 올려 한국당에 복당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독자신당을 창당했지만, 그런 당에 한국당은 물론 안철수 전 대표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새보당의 탈당은 바른미래당에게는 기회다. 제3지대 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사실 새보당 세력으로부터 당을 오롯이 지켜낸 것은 손학규 대표다. 그가 나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할 때에 호남계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당을 지키려하지 않았다. 방관자들처럼 사실상 뒷짐 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새보당 세력이 탈당한 지금, 즉 손 대표가 중도확장의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려는 순간에 호남계 일부가 ‘손학규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先) 중도확장, 후(後) 호남통합’을 추구하는 그를 몰아내고 박지원 의원 등과 함께 ‘호남자민련’을 만들겠다는 추악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당으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2030세대를 양육하고, 4050세대를 교육하는 새로운 인재기용 방식으로 중도 지지층을 대거 끌어들이고 난 후에 민주평화당이나 대안신당 같은 호남세력과 통합해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정당은 바른미래당 뿐이고, 그런 역량을 갖춘 제3지대 정치인은 손학규 대표가 유일하다. 손학규 대표를 흔드는 모든 세력은 진정한 의미에서 제3지대 정당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다. 따라서 손 대표는 이제 단호하게 “퇴진은 없다”고 못을 박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치 지도자는 ‘양보’가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책임한 것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정치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안철수 전 대표는 두 번의 ‘양보’를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은 문재인에게, 한번은 박원순에게 각각 대선후보와 서울시장 양보를 했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에 처한 것이다. 손 대표가 그런 길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안 전 대표의 정치권 복귀 과정에 안착을 도우는 것은 그동안 함께한 동지로서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무책임 하게 안 전 대표에게 모든 걸 맡겨놓고 물러서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다. 자신은 물론 안 전 대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을 위해서라도 손 대표는 “퇴진은 없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