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제명으로 끝날 일 아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4-27 12: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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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관련해 "제명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다.


하지만 오거돈을 제명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해명해야 할 일이 있다.


오거돈의 사퇴를 증명하는 공증서 작성에 법무법인 부산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성추행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총선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에 개입하거나 사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이 어떤 법무 법인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곳으로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손잡고 만든 법무법인이자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등 현 청와대 참모진이 몸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김외숙 인사수석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다 법제처장을 거쳤다. 특히 정재성 대표변호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오 전 시장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주 깊숙한 인연을 맺고 있는 법무법인 것이다.


바로 그곳에서 오 전 시장 측은 이달 초 성추행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여 이달 내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공증을 받았던 것이다.


오 전 시장은 그 많고 많은 법무법인 가운데 왜 하필이면 현 정권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 부산을 공증 장소로 선택한 것일까?


아마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추악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현 정권에게 불리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을만한 곳을 찾다보니 그렇게 됐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산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런 사실을 청와대 측에 알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정 변호사가 총선판세를 통째로 뒤흔들만한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그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쉬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틀림없이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혹은 여권 핵심 관계자와 상의했을 것이라는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선거개입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즉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오거돈의 사퇴를 총선이후로 미루도록 누군가가 개입했다면, 그건 단순히 오거돈 제명으로 끝날 일이 아닌 중대한 범죄라는 말이다. 

 

총선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뜬금없이 야당의 공작 정치공세를 운운했던 발언 역시 이런 의구심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해찬 대표는 지난 4·15 총선의 막판 변수로 가짜뉴스와 함께 정치 공작을 꼽으면서 야당이 총선용 정치 공작을 준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게 혹시 오거돈 성추행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야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 전 시장의 성범죄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긴급 체포돼야 한다.

 

총선 직전 여권 주요인사인 부산시장이 사퇴 약속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몰랐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마무리에 나선 오 전 시장 측근은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공증에 나선 법무법인이 문 대통령이 만든 부산이고 현 대표인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야당에게 총선용 정치 공작을 준비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이게 바로 오거돈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의심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의구심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변명하기보다는 이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할 때는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만큼, 내년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민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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