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시즌 2’ 붕괴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07 12: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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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와 유승민의 통합은 실패했다.”


이 점에 대해선 통합의 주체였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유승민 의원도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안 전 대표의 측근은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둘이 합쳤다가 실패한 게 바른미래당”이라고 밝혔고, 유승민 의원 역시 "바른미래당 안에서 하고 싶은 정치하기엔 절망적"이라며 실패를 시인했다, 


한번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지만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으로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은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안철수-유승민 통합 신당’을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실제로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당권투쟁에서 밀리자 자신을 추종하는 의원들 15명을 규합해 신당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 15명 의원 가운데는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신당이 사실상 ‘유승민 신당’임에도 마치 ‘안-유 신당’인 것처럼 포장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합류할 것처럼 그동안 국민을 속여 왔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의 러브콜 등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안-유 재통합론’은 안철수 전 대표의 돌연한 미국 행 선언으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안철수-유승민 시즌 2’가 출범하기도 전에 붕괴되고 만 것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10월 1일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유승민 의원의 신당창당 동참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거기에는 총선을 앞두고 둘이 다시 합치는 바보처럼 같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안 전 대표를 추켜세웠던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갑자기 돌변해 일제히 그를 성토하고 나섰다.


한 의원은 ”밥상 다 차려 놓으면 뒤늦게 나타나 편하게 숟가락 뜨겠다는 거 아니냐“고 질책했고, 또 다른 의원은 ”총선이 고작 6개월 남았는데 지금 미국으로 건너가겠다는 건 내년 선거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총선 패싱’ 선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계 의원도 “한 줌밖에 남아있지 않은 현재 ‘안철수계’마저 모른 척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급한 유승민 의원은 ‘안철수-유승민 시즌 2’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안철수를 만나러 우주라도 가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안-유 재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안-유 통합’의 실패는 지난 4.13 지방선거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유승민 의원은 당시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로서 안철수 전 대표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안 전 대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손학규 대표를 송파을에 공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유 대표는 그의 요청을 묵살해 버렸다. 당선가능성을 보고 공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계파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안-유 재통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실패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성공을 기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안 전 대표가 그걸 알기에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태규 의원의 입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안-유 재통합’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이 지난 4일 “안철수 전 대표와 직접 연락해 뜻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 중”이라며 공개 요청을 한 이후에 나온 안 전 대표의 반응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동안 쿠데타 세력들이 자신의 이름을 팔면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변혁을 향해 “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변혁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공공연하게 탈당이나 신당 창당이라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해당행위”라며 “당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안-유 재통합’은 물 건너갔다. 인내하던 손 대표는 당내 쿠데타 세력에게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당권에 눈이 멀어 오로지 ‘손학규 퇴진’만 외치던 자들의 비참한 최후가 다가오는 것 같아 한편으론 가엽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게 자업자득인 것을.


이들이 살길은 오직 하나다. 잘못을 반성하고 손 대표 체제에 협력하면서 제3의 길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손 대표는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총선에서 40석 안팎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80석 이상의 선방을 했던 저력 있는 정치지도자다. 실패했던 과오를 답습하는 것보다는 성공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따르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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