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 패스트트랙 선거법 결실 맺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0-29 12: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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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 4건을 오늘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대신 오는 12월 3일 부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여야 모두에게 시간을 준 ‘절묘한 선택’이다.


문 의장은 당초 전날로 상임위 숙려기간 180일이 끝난 검찰개혁안을 이날 부의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각 언론이 이날 “자유한국당은 물론 검찰개혁법을 우선 처리하려는 것은 패스트트랙 합의 위반이라며 바른미래당까지 강력 반발하자 문희상 의장이 입장을 바꾸었다”고 보도한 것은 이런 연유다.


하지만 문 의장은 오늘 공수처법안 등을 본회의에 부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앞서 그는 여당의 요구에도 공수처법 등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실제로 문 의장은 지난 21일 세르비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 순방 중 마지막 순방지인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예산과 사법개혁 법안, 정치개혁 법안 등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오늘 당장이라도 부의가 가능하지만 선거법은 다음 달 27일이에나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고, 법정 예산안 처리시일은 12월 2일이다. 따라서 12월3일에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것은 선거법개정안과 예산을 한데 묶어 일괄타결 하겠다는 뜻이다.


문 의장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는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150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적으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만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물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과 513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이 모두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여당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관련법안보다도 선거법개정안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은 "지금처럼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하는 사람들을 '죽기 살기'로 뽑으면 큰일 난다"며 "다음 정권, 다음 권력, 다음 선거만 생각하며 올 오어 낫씽하는 것은 동물의 세계이자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어쩌면 문 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국회본회의 통과를 위해 검찰개혁안을 볼모로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문 의장의 12월3일 일괄타결 방침으로 인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패스트트랙에 태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원정수 동결, 비례대표제 확대, 지역구 축소 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느냐, 아니면 여야 합의에 의해 의원정수를 조금 확대해서라도 지역구를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되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여야 모두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가급적 지역구가 축소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똑 같다. 어쩌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12월에 공식 종료되는 한국당이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지역구가 사라지거나 변경되는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를 재신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서로가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해야 한다.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대신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깎겠다고 선언하면 국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현행 제도에서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원 정수를 늘리면 그만큼 보좌진 수를 줄여야 하고, 세비도 깎여야 하는데 그게 싫다는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문희상 의장의 절묘한 선택이 검찰개혁을 이루고 나아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정치개혁까지 완성하는 멋진 결과를 초래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목숨을 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단식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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