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양당의 ‘물갈이’ 순수할까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9-22 12: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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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내에서 이른바 ‘물갈이’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필요한 일이지만 그 순수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권정당의 계파독점을 위한 ‘물갈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하락세로 이어지면서 ‘총선 물갈이’론에 힘이 실리는 것부터가 의심스럽다. 혹시 ‘조국이슈’를 ‘물갈이 이슈’로 덮으려는 것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민주당은 초비상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층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자 당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 그러다보니 위기돌파를 위한 카드로 ‘물갈이’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 정국' 전환 필요성과 맞물려 당 곳곳에서 '물갈이'로 읽히는 사전 정지작업이 감지되고 있다. 그런데 적당히 20%~30% 정도 교체하는 방식으로는 조국이슈를 덮을 수 없다. 적어도 절반가량은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국민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역의 경우 하위 20%에 속하면 공천 심사 때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이달 초 각 의원실에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거나 출마할 의사가 없는 의원은 서류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안내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사실상 인위적인 물갈이가 시작되는 셈이다.


현역 의원들을 압박하는 수단은 또 있다. 당 대표 재량에 달린 전략공천이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 대표는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할 경우 전체의 20% 안에서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의를 거쳐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물론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조국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직접 전략공천의 칼을 휘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하위평가 20% 불이익’에 ‘20% 전략공천’이라는 칼로 ‘물갈이’를 추진할 경우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들까지 합해 절반가량도 물갈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대상이 당내 비문(비 문재인) 인사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물갈이’라는 당위성을 앞세워 결국 친문 진영의 계파 독점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란 우려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민주당 보다 더 노골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다음 달부터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당협 평가 시행을 앞두고 황교안 대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임명된 당무감사위원 9명 전원을 교체했을 뿐만 아니라 당무감사위원장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배규환 백석대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당무감사위는 당대표 직속 기구로 당무감사 결과는 총선 공천 심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황교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공천 물갈이’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공천개혁안을 만든 신정치개혁특위는 30~40% 수준의 현역의원 대폭 물갈이를 예상한 바 있다. 이명수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물갈이가 특정 계파의 공천독점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당 내에서는 황 대표 지도부 출범 이후 친박계가 다시 주류의 지위를 되찾은 양상이다. 이에 따라 친박계를 중심으로 우리공화당과의 선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전히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내에선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당내에선 ‘나경원 책임론’이 여러 차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우리공화당과 통합이 추진되면 박근혜 탄핵을 주도했던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 특히 복당파가 물갈이 우선순위가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결국 ‘물갈이’라는 명분으로 민주당은 비문계파의 ‘학살공천’을, 한국당은 친박계파의 ‘독점공천’을 자행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패권양당의 ‘물갈이’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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