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연동캡 포기’ 결단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18 12: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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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민당과 자한당이란 공룡정당은 어디까지 먹어치워야 배를 채울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모두 먹어치워도 그 허기는 채울 수 없을 것 같다. 나중엔 제 자신들까지 먹어치우려나.”


이는 선거법개정안 논의 과정을 지켜보던 이부영 전 국회부의장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던진 쓴 소리다.


이 전 부의장은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서울 강동구갑에 출마해 당선되었으나, 나중에는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장까지 지낸 인사로, 패권양당과는 인연이 깊다. 그런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던 민주당과 한국당을 ‘허기진 공룡 정당’에 비유하면서 “제 자신들까지 먹어치우려나”하고 질책한 것이다.


선거법개정안을 대하는 양당의 태도를 보면 그런 야단을 맞아도 싸다.


한국당은 아예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현행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에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놀부 심보다. 


민주당은 국민 눈총이 따가운 탓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연동률을 낮춰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가려고 혈안이다.


연비제는 민의를 왜곡하지 않는 선거제를 통해 합의제 민주주의와 다당제 연합정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라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려졌다. 연비제는 승자독식 양당제 가 안고 있는 패권정당의 문제를 타파할 수 있고 여야 극한대결의 정치를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 주장해 왔던 제도였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 제도가 도입되지 못했던 것은 현행 제도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거대양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으로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여론에 밀린 민주당은 ‘준 연비제’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100% 연동형을 적용할 경우,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민주당이 ‘반쪽 개혁안’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변심해 이마저도 다시 ‘반토막’ 내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갑자기 ‘연동형 캡’이라는 기괴한 방안을 제시했다. 연동률에 상한선을 두어 소수정당으로 흘러갈 비례대표 몫을 차단해 민주당과 한국당의 몫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무소속 의원 모임인 대안신당(가칭)이 전날 밤에 회동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전체의석 300석을 지역구 250석 대 비례대표 50석으로 배분하고, 50석 중 30석에만 연동형을 도입하자는 ‘캡 적용’을 주장하고 나선 탓이다.


오죽하면 손학규 대표가 18일 민주당을 향해 "집권 여당이 정치개혁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기본 취지를 자꾸 죽이고 있다"며 "연동형 비율을 50%로 낮춘다는 것도 왜곡하는 것이지만 이것도 모자라 비례대표 숫자를 75석에서 50석으로 낮춘다고 한다. 비례 숫자에 캡(상한선)도 씌운다고 한다. 꼼수일 뿐"이라고 강하게 질책했겠는가.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에서 "제가 수차례 말씀드렸듯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한민국 정치 구조 개혁의 첫 걸음"이라며 “당파적인 계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치 역사를 바꾼다는 대의에 동참해 달라”고 집권여당의 통 큰 결단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은 원칙적으로 100% 적용해야 하는 연동률을 50%까지 양보했다. 그러면 민주당은 그것으로 족해야 한다. 거기에 다시 상한선을 두어 연동률을 30%까지 떨어뜨리고 민주당과 한국당 등 패권양당의 몫을 더 많이 챙기려는 행태는 옳지 못하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당은 대화를 거부하고 국회를 폭력사태로 물들이는 등 개혁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자꾸 그들과의 대화를 핑계로 연동률을 낮추는 꼼수를 생각하기보다 ‘4+1’협의체의 공조 틀을 더욱 단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공수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검찰 개혁 법안도 탄력을 받지 않겠는가. 그 시작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통 큰 결단에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의 결단을 기대한다. 여기에 사족(蛇足)을 달자면 대안신당이 민주당의 눈치를 보느라 ‘연동캡’을 찬성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신 차려라. 그런다고 민주당에 들어갈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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