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창당-복당-지역구’ 모두 캄캄하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23 12: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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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딱한 처지에 놓인 정치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 상황에 빠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 의원은 지난 4월부터 탈당을 결심했으며 올해 12월 초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15명 의원이 만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당장 변혁 모임에 합류하고 있는 국민의당 출신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승민 의원의 신당 합류 제안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가 버린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게다가 유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땅치 않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출신 가운데서도 신당창당에 우려를 표명하는 의원이 있다. 국민의당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도로 바른정당'에 그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3번 후보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아진다는 게 이유다.


따라서 유 의원이 기세등등하게 12월 창당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창당하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학규 대표가 “나갈 테면 나가보라”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게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리 자세를 낮추고 애원해도 한국당 지도부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유승민의 잇단 러브콜에도 만나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내부 분위기 탓이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23일 유승민 의원 측과의 통합에 대해 당내에 3가지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보수통합 없이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유승민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보수통합은 필요하지만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으로 유 의원이 들어오는 건 좋지만 반성문은 쓰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무조건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유승민은 반드시 복당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당 내부에선 첫째와 둘째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런 의견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셋째 의견은 당내 소수파인 복당파 의원들의 견해로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윤상현 의원이 그런 의견을 냈다가 황 대표로부터 간접적인 질책을 받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유승민 의원이 “통합하면 지분이나 공천보장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납작 엎드렸음에도 황교안 대표가 아직까지도 만나주지 않는 것은 이런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실 유 의원이 ‘지분’과 ‘공천보장’ 포기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당 대 당’ 통합을 포기하고 받아주기만 하면 개별적으로 복당절차를 밟겠다는 의사표현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황교안 대표도 ‘당 대 당’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개별복당 절차를 밟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양측이 만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같다. 그런데도 황 대표는 여전히 유승민 의원과의 회동을 꺼리고 있다. 어쩌면 유 의원으로부터 반성문을 쓰겠다는 의사표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에 들어가는 길목이 완전히 차단될지도 모른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역구 사정도 유승민 의원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구 동구을 선거구 3자 가상 대결에서 유 의원은 22.4% 지지를 얻어 비례대표 초선인 김규환 한국당 의원(51.5%)에 무려 29.1%p 차로 완패했다. 두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17.7%)과는 큰 차이 없이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수도권에 출마할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나온다. 어쩌면 유 의원은 지금, 바른미래당 당권장악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던 걸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2월에 나간다고 큰소리 쳤으니 나가긴 나가야겠는데 오라는 곳은 없고, 집 지을 능력도 부족하고 참으로 딱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 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자업자득이고 인과응보다.


(여기 인용된 여론조사는 10월 5일과 6일 이틀간 대구시 동구을 선거구에 사는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 4.0%.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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