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칼춤’ 藥일까, 毒일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26 12: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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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망나니 칼춤’은 약(藥)일까, 아니면 독(毒)일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관련, 먼저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던 더불어민주당이 불과 하루 만에 발뺌하는 모양새로 돌아선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자신들에게 ‘독’이라는 걸 안 것 같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어제 “윤 총장의 혐의 가운데 판사 사찰 의혹이 가장 충격적”이라며 “법무부와 함께 국회도 국정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이 이를 적극적으로 반겼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소소한 혐의까지 미주알고주알 제시하며 윤 총장을 겁박하고 있는데, 윤 총장이 그렇게 하자가 많은 총장이었는지,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이렇게까지 망신을 주면서 쫓아내려고 할 정도의 비위가 많은 인물이었는지, 그렇다면 애당초 청와대는 이런 인물을 왜 검찰총장에 임명하려고 그 난리를 피웠는지, 국민 앞에서 상세하게 다 밝히자”며 국정조사를 환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국정조사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정조사는 윤 총장에 대해 추 장관이 제기한 혐의의 진위는 물론 추 장관이 인사권, 수사지휘권과 감찰·징계권을 남용해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사실 여부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마당이기 때문이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불법 의혹 사건을 비롯해 조국 일가 비리,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감찰 무마,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관련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가 왜 지지부진한지까지 모두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는 ‘헛발질’이자 ‘자충수’라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물론 모든 게 떳떳하다면, 여당이 굳이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철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서 윤 총장의 잘못을 백일하에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집권세력이 떳떳하지 못하니 그게 문제다.


실제로 어제까지만 해도 국정조사와 함께 특별수사까지 언급했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이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장 국정조사를 하겠다 말겠다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발뺌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는 걸 민주당도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고 부정평가 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어제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56.3%는 추 장관의 조치를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잘한 일'이라는 긍정 평가는 38.8%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4.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망나니 칼춤’은 국민의 지지는커녕, 민주당에서조차 ‘헛발질’ 취급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부에서 대놓고 추 장관을 질책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겨우 조응천 의원 한 사람만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른바 ‘대깨문’이라는 강성 친문 성향의 민주당 당원들이 두려운 탓이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기준으로 좌표를 설정하고,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


반대로 국민의 지탄받는 추 장관에 대해선 “우리가 추미애”라며 적극 지지를 보낸다. 여의도 정가에선 추 장관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대깨문’의 적극 지지로 경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에게 본선 경쟁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과연 이런 모습이 집권세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나저나 여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는 진행되기 어렵게 됐고, 진실규명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감춰야 할 게 뭐 그리도 많은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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