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비례대표 풀어달라고?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9-26 1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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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일부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섭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결국 실패했다.


사실 당초 이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한국당 공천장’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출신인 이혜훈 의원이 그런 속내를 조용술 전 혁신위원에게 전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즉 ‘배신자’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들어갔다가는 공천 받지 못할 것이 빤하기 때문에 당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린 뒤 한국당과 협상해 공천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복당하겠다는 추악한 목적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용술 전 위원의 폭로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자신을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불러 “손학규 퇴진안을 만들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한국당과 통합을 하려면 우리를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이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온몸으로 막겠다”며 강력한 당 사수의지를 밝히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 한다”는 노인폄하 발언으로 노년층을 농락한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해 ‘6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로써 쿠데타 세력은 완전히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중대결단”을 운운하지만, 손 대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쿠데타 세력이 ‘안철수-유승민 공동 신당 창당설’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리지만 그것 역시 실현 불가능한 망상에 불과하다. 이른바 안철수계 가운데 경쟁력 있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손학규 체제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유승민계로 쿠데타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가 비례대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가 유승민 신당에 합류하려면 탈당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바로 그 순간에 금배지는 날아간다. 


당에서 그들을 출당시켜 주지 않는 한 ‘안철수-유승민 공동 신당 창당’은 불가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쿠데타 연합’은 실패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유승민계가 손학규 대표에게 이른바 ‘합의이혼’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유승민 측이 요구하는 ‘합의이혼’이란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적당히 나눠 갖는 일종의 정치적 야합이다. 즉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금배지를 달고 당을 나갈 수 있도록 그들을 출당시켜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그런 ‘정치 야합’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현재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모두가 과거 ‘국민의당’ 간판으로 당선된 사람들이다. 국민은 국민의당에 지지를 보낸 것이지 쿠데타에 합류한 국회의원 개개인을 보고 지지를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국민의 뜻에 반하는 출당 조치를 내려서는 안 된다. 그게 원칙이다. 단 한 사람도 풀어주어선 안 된다. 죽든지 살든지 바른미래당과 함께 해야 한다. 그게 비례대표 의원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과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과정에서 바른미래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평화당으로 떨어져 나간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키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이제 유승민 계는 더 이상 손학규 대표에게 합의이혼을 강요하지 말라. 말이 좋아 합의이혼이지 사실상 정치야합 아닌가.


거듭 말하지만 손 대표는 일신상의 편안을 위해 그런 정치적 야합을 할 정치인이 아니다. 비록 힘들고 고단할지라도 끝까지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단 한사람도 금배지를 달고 당을 나가도록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합의이혼을 포기하고 당에 그대로 남아 손학규 체제에 순응하며 함께 살길을 모색하든지, 아니면 유승민계만 떨어져 나가 ‘유승민 신당’을 만들고 한국당과 공천협상을 벌이든지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당 대 당’ 통합은 없다며 ‘개별입당’을 위해 문호를 열어 놓은 상태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만 12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그 전에 공천협상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유승민 의원 측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이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허송세월을 보내다가는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를 때마다 그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어쩌면 그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정치인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다 자업자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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