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방향, 김부겸은 틀렸고 김종인이 맞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8-20 12: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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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 대표 후보가 20일 ‘분권형 개헌’을 공약했지만, 정작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선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김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헌 자체에 동의한다면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며 "4년 (대통령) 중임제까지 포함하되 권력은 확실히 지금보다는 분산(分散)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7일 ‘3대 당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우선 당 대표가 되면 임기 내 대통령 4년 중임제의 개헌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로는 ‘분권형 개헌’이라지만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 유지’에 방점을 찍고 나선 것이다.


반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개헌 논의 동참 여부는 어떤 내용을 가지고 개헌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제가 18대 국회 때 헌법개정 정책자문위 위원장을 해서 개헌의 시안까지 제출한 적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개헌하려면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핵심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제는 그동안 우리가 많이 체험했고 그에 대한 정책을 다 알고 있다”며 “개헌을 하려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분산하는 내각제로 개헌하겠다면 개헌논의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김부겸과 김종인, 과연 어느 방향이 옳은 방향인가.


일단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김부겸 후보의 개헌 방향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개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적폐에 대한 근본 해법이기 때문이다.


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들도 지난 2017년 제헌절 날 국회에 모여 대토론회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낸 바 있다.


당시 여야 인사가 이구동성으로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스승’으로 불리던 김원기 전 의장은 정치 혼란의 원인을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단언하면서 “촛불 시민혁명 과정에서 헌법이라는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일반에 퍼졌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의장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국회와 법원보다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면서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이 우리나라 대통령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치원로들의 지적에 동의한다.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씩 두 번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4년 중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황제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악(改惡)’이라는 점에서 단연 반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요구는 박정희가 4.19 체제를 무너뜨리고 세운 제왕적 대통령체제를 끝장내 달라는 것이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이 강진 토굴에서 내려와 정계복귀 선언을 하면서 ‘제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한 것은 이런 연유다.


손 이사장은 “대통령 중임제는 하나마나”라며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의회와 행정부가 직접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손학규와 김종인의 개헌 방향이야말로 양극단의 정치를 불식시키고 협치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완벽한 권력분산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100년 집권”을 외치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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