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은 오신환 제안 수용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03 13:21:3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그동안 국회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3일 모처럼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고,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에 제한을 두는 선에서 대타협할 것을 양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례성 강화라는 정치개혁의 요구 앞에서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검찰의 권한을 축소·분산시키자는 마당에 기소권·수사권을 무제한 부여하는 공수처를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양당은)‘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인 자세를 버리고 열린 자세로 마지막 협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에서, 민주당은 공수처 신설안에서 각각 양보하라는 제안으로서 모처럼 독자적으로 입바른 소리를 했다는 평가다.


아마도 전날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권1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게 자극제로 작용한 것 같다. 한국당이 전날 친박계 중심의 ‘황교안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 역시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한국당 복당의 길이 사실상 가로 막힌 탓이다. 어쨌거나 양당의 양보를 촉구한 제안만큼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양당을 중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우선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등 검찰개혁 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를 본회의에 상정, 표결에 부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199개 비(非)쟁점법안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등 이른바 ‘막가파’ 식으로 패스트트랙법 결사 저지에 나선 마당이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다른 야당들과 공조 방안을 적극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한국당을 뺀 '4+1' 협의체를 띄우자는 강경론이 다수였다고 한다.


만일 오 원내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이처럼 양당이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기 이전에 진즉 중재안을 냈어야 옳았다. 그게 원내 제3당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보수통합’ 대상인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눈치만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징계를 받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중재안을 제시하니 힘이 실릴 수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신환의 제안을 즉각 거부하고 말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에서 나타난 이합집산 다당제를 만드는 연동형 비례제는 찬성 못한다"고 일축했다.


민주당도 원포인트 본회의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까지로 답변시한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마당이다.


원내 제 3당 원내대표로서 모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제안을 했지만, 그 시기를 제대로 짚지 못해 결과적으로 헛물만 켠 셈이다.


그러나 오 원내대표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포기하지 말고, 보다 더욱 강경한 자세로 양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특히 공개적으로 12월 신당 창당을 선언한 ‘변혁’ 모임의 대표로서 선거제 개혁안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밝힌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단순히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그런 정치퇴행 적 발언을 묵인한다면, 오 원내대표의 오늘 제안은 그 방향이 옳음에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 역시 민주당과 한국당에 제안한다. 모처럼 입바른 소리를 한 오신환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라.


민주당은 공수처법안에 대해 자당 소속 의원이 올린 ‘백혜련 안’대신 ‘권은희 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한발 양보하고, 한국당은 민심 그대로 의석수가 반영되도록 하는 시대요청인 연비제 도입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최고의 성과를 낸 국회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패권양당의 한발 양보가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비록 뒤늦은 제안이긴 하지만 오신환의 이번 제안만큼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