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알박기’ 성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27 13: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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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그동안 수차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절대 안 나간다고 밝혔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돌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알박기’를 한 셈이다.


알박기란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이다. 


이는 용지의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토지 일부만 확보한 후 매각을 거부하며 버티다 결국에는 시세보다 수십배나 비싸게 파는 일종의 투기행위이다.


그러면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왜 ‘알박기’인가.


그는 한 정당의 대표인데도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라고 칭했다.


고작 3석 미니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원을 받아 당선되겠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이지 않다.


한 정당의 대표가 다른 정당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 나서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30%대로 폭락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여야가 일대일로 대결할 경우, 야당이 승리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누가 후보로 나오든, 국민의힘에서 누가 후보로 나오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 별도로 후보를 낼 경우, 그러니까 야권표가 둘로 쪼개지면 야권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즉 3파전 구도에선 비록 자신이 당선되지는 못해도 국민의힘 후보를 낙선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을 ‘꽃가마’에 태워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의 정치력에 매우 회의적이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의 정치적 역량은 내가 평가를 안 해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알 것”이라며 그런데도 출마하고 싶으면 국민의당에 입당하라고 쐐기를 박은 상태다.


한마디로 당 밖에서 군불 때면서 ‘꽃가마’를 요구하지 말고, 당당하게 입당해서 ‘대표’ 계급장 떼고 국민의힘 출마자들과 경선에서 붙으라는 거다. 


물론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들어가 경선을 치르는 것은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출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경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다수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데다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대표의 후보 경쟁력이 생각만큼 높지 않게 나오는 것도 국민의힘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안 대표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태라면, 국민의힘 경선 승자가 누가 되든,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게 제1야당이 지닌 조직력의 힘이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의 ‘알박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결국, 안 대표는 ‘국민의당 후보’로의 출마를 선언하면서 ‘완주’ 의지를 밝히든지, 아니면 국민의힘에 들어가 ‘국민의힘 후보’로의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게 원칙이다.


그동안 정의당이 각종 선거 때마다 ‘알박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느라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해 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국민의당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알박기’를 통해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면서 ‘국민의힘 2중대’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애매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통합을 하든지, 독자노선을 걷든지 분명한 태도를 보여라.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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