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유승민 신당 ‘보이콧’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06 13: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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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유승민 의원의 러브콜을 일축했다.


조만간 독일에서 귀국해 이른바 ‘유승민 신당’에 합류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던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10월 1일부터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포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상 유승민 신당을 보이콧한 셈이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처음부터 자신은 유승민 신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태규 의원 등 소위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는 유승민 의원의 당권찬탈을 위한 쿠데타에 합류하면서 그것이 마치 안철수 전 대표의 뜻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었다.


유승민 의원도 최근 안 전 대표와 직접 문자를 주고받는다며 마치 안 전 대표가 자신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이 직접 올린 글을 통해 유승민 신당에 합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리인 격으로 불리던 이태규 의원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유승민 신당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이태규 의원을 통해 전달하던 자신의 뜻을 알렸던 안 전 대표가 왜 이번에는 이 의원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트위터에서 자신의 뜻을 밝혔을까?


혹시 이 의원이 그동안 안 전 대표의 뜻을 왜곡 전달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안 전 대표가 직접 자신의 뜻을 바른미래당 당원들과 국민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안 전 대표가 미국에서의 연구는 최근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했다고 밝힌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이태규 의원 등이 그런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유승민 신당 모임에 합류했다면, 그건 안철수 전 대표와 무관한 일로 단지 ‘안철수 이름 팔이’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 계획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이 안철수 측근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런 일이다.


오늘 안철수 전 대표의 트위터 글은 유승민 신당 창당파를 향해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팔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나 마찬가지다.


안 전 대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치열한 미래대비 혁신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면,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며 “미국에서도 대학에서의 연구와 미세먼지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결과’를 얻을 때까지 미국에서 연구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아 미국 체류 일정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귀국 시기는 빨라야 총선 직전이고, 늦으면 총선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신당에 안 전 대표가 일정을 맞추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유승민 일파가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을 명분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유승민 신당 창당파는 안철수의 이름을 팔면서 비례대표의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안 전 대표의 뜻과는 배치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사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당시, 바른미래당에 합류하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들을 단 한명도 출당시키지 않았다. 그건 원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당의 자산’이라고 했다.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유승민 신당에 합류하려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의 자산이다. 손학규 대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안철수 전 대표를 배신하고 유승민 신당에 합류하려면 금배지를 떼고 가는 게 맞다. 구질구질하게 출당을 요구하지 말고 당당하게 금배지를 떼고 나가라는 말이다, 또 유승민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은 추하게 계산기를 두드리지 말고 탈당이 소신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이제 결행하라. 


바른미래당에 다시 눌러 앉고 싶겠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당원들은 유승민 일파의 당권찬탈 놀음에 너무나 질렸다. 이제 와서 머뭇거려보았자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안철수의 ‘보이콧’ 선언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유승민 의원과 신당창당파가 불쌍하게 됐지만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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