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손학규, 닮은 듯 다른 길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9-16 13: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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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해 16일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또 황 대표는 “조국 문제는 개인 비리를 넘은 권력형 게이트로, 문 대통령은 지금 당장 조국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고, 손 대표는 “조국 문제는 문 정권의 ‘루비콘 강’이 되고, 조국 이슈는 문 대통령 이슈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 임명철회를 요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문제가 정권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얼핏 보면 닮은꼴처럼 보인다.


하지만 닮은 모습은 딱 거기까지 만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를 보수통합 계기로 활용하려는 반면, 손 대표는 “어림도 없다”며 독자노선을 더욱 공고히 굳혀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탓이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후 손학규 대표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했다.


황 대표는 그즈음 참모들과 보수 통합 추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보수 통합 추진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선거법 개정 여부를 봐가면서 보수 야권 재편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고, 황 대표는 "보수 통합 문제는 선거법 개정 여부가 판가름 날 연말까지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조국 연대’제의는 그 연장선인 셈이다.


즉 ‘조국 연대’로 보수통합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즉시 흡수통합을 시도하되 선거법이 개정되면, 바른미래당과 범보수 연대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범 진보 연합 대 범 보수 단일 정당’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게 될 것이고, 결국 범 진보 세력에게 과반 의석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강행 지정에 맞서 강력 항의한 한국당 의원 50여명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지난달 범여권이 정개특위에서 강행처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회의 방해를 엄격히 처벌하는 현행 국회법 아래서 범여권이 선거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따라서 황 대표는 ‘보수통합’ 대신 ‘보수연대’를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다른 정당과 연계하지 않겠다"며 "조국 반대 기회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 또 하나의 진영싸움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촛불이 횃불이 되고 강력한 들불로 번져 현 정권의 적폐를 불태워버리게 될 것"이라며 "갈등과 분열이 아닌 통합과 안정을 바라는 분이라면 어느 분이라도 함께해 달라. 오셔서 자유롭게 발언해 달라. 광화문 토요일 촛불집회는 바른미래당만의 집회가 아니다. 조국을 반대하는 국민 여러분 모두의 촛불집회"라고 강조했다. 한국당과의 연대 대신 국민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손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이미 국민 심판을 받은 세력이 문재인 정권을 단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이번 조국 사태로 패권양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제3당에 대한 지지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제3의길’인 독자노선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무당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당 지지로 돌아서지 않고 있는 게 현재의 민심이다. 그 민심을 잘 수용해 바른미래당 지지층으로 흡수하겠다는 게 손 대표의 복안이다. 다만 여전히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유승민 일파의 방해가 문제다. 그 난관을 뚫고 ‘손학규 선언문’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바른미래당은 내년 총선에서 약진할 것이고, 그들의 방해에 무릎을 꿇게 된다면 바른미래당은 흔적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손 대표의 당 사수 의지가 결과적으로 ‘제3당의 길’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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