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본디오 빌라도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17 13: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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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본디오 빌라도‘는 유대 주재 로마 제5대 총독이다.


당시 유대 총독은 유대인의 사형 집행권과 지방 법원(산헤드린 공회 등)의 결정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과 대제사장의 임면권을 가지는 등 군사·사법·종교를 두루 관장하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대 총독은 제왕적 대통령체제의 대한민국 대통령과 같은 절대 권력자인 셈이다.


고대 문헌 기록에 의하면 빌라도는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은 재판을 하고 근거에도 없는 중형을 내리기로 유명한 자'(Philo)로 소개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무리한 징계 결정과 대통령의 신속한 재가를 보면서 빌라도가 문재인 대통령과 너무나 닮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 대통령의 '윤석열 징계안' 재가 소식을 전하면서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제청하면 대통령은 '재량 없이' 징계안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고 말한 대목에선 소름이 끼칠 정도다.


절차에 따른 조치였을 뿐이라는 의미로 문 대통령의 법적인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모습은 마치 빌라도가 죄 없는 예수의 사형을 요구하는 대제사장과 그 패거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십자가형을 결정하고는 물을 가져다 손을 씻으며 이르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해 나는 무죄이니 (나중에) 너희가 당하라 (책임지라)”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죄 없는 예수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자신은 책임지지 않겠다며 대제사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빌라도나 윤 총장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법무부 책임으로 돌리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들이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고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 하듯, 예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예수의 사형을 요구한 대제사장이 아니라 사형을 집행한 유대 총독이었던 빌라도가 전적으로 지게 됐다.


마찬가지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 책임은 징계를 요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그런 요구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즉각 수용하고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이 오롯이 지게 될 것이다. 

 

예수 사형으로 빌라도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적으로 낙인찍혔듯, 훗날 이 문제로 인해 문 대통령이 사법적 판단을 받고, 국민의 지탄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추미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 역시 그런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선 추 장관의 사의는 윤석열 총장과 동반퇴진함으로써 향후 대통령으로 향할 ‘권력 남용’ 혐의 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법무부, 추미애 장관과 싸움이었다면 (징계 처분) 재가가 난 이제부터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싸워야 하는 데 대통령과 싸움을 계속할 거냐, 이 점에 대해서 윤석열 총장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대통령과 싸움’을 강조한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추미애와-윤석열의 싸움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문재인과 윤석열의 싸움이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사퇴하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추미애의 사의와 상관없이 ‘불복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징계처분이 적법했는지 법무부와 다투면서 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함께 낼 계획이다.


빌라도는 그나마 손이라도 씻었지만,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손을 씻고 빠져나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어쩌면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해 추미애가 파 놓은 깊은 수렁에 문재인 대통령이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국민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못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현 정권은 이미 자신들이 파놓은 올무에 걸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자승자박(自繩自縛)이고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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