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환관 조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02 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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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집단 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에 ‘진실’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한 일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죽음을 틈타 환관 조고가 스스로 승상에 올라 권력을 농단했다. 


어느 날, 조고는 자신이 옹립한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며 “이건 말입니다”하고 말했다. 황제는 “승상이 잘 못 알고 있소.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시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고는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며 “이것이 말이냐, 사슴이냐”하고 물었고, 대부분은 조고의 뜻에 따라 “말”이라고 답했다.


신하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슴’이라는 ‘진실’이 아니라, ‘말’이라는 ‘수장의 뜻’이었던 것이다.
불행한 이런 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 맹종할 경우 검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
이는 서울행정법원 제4부(조미연 재판장)가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밝힌 사유 중 하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이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고, 임명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법원이 ‘사슴’을 ‘말’이라고 판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데도 여전히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무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다.


사실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는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무리수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감찰위원회가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있다.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면, 무리수를 둔 추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추 장관의 책임을 묻는 ‘진실’의 목소리는 단 한마디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끝까지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왜 이런 추태가 벌어지는 것일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추미애의 잘못이라는 ‘진실’이 아니라 윤석열을 찍어내자는 ‘제왕적 대통령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사슴’이 ‘말’이 될 수 없듯이 반드시 진실은 가려지게 돼 있다.


추 장관은 훗날, 정치 도의적인 책임은 물론 부하직원에게 ‘직권남용 불성립’ 보고서의 내용을 삭제토록 지시하는 등 실행과정에서 저지른 오류로 인해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추미애 장관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한 징계위원회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 아마도 신하들이 환관 조고의 권세를 믿고 ‘사슴’을 ‘말’이라고 했듯 추 장관은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다.


침묵으로 그런 그릇된 믿음을 심어준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 또한 크다. 


오죽하면 “오늘도 달님(문재인)은 구름(추미애) 속에 숨었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인터넷상에 난무하겠는가.


이제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윤 총장을 임명할 때에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했던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제 검찰의 칼끝이 권력의 핵심부로 향한다고 해서 검찰총장을 내치려 한다면, 과연 국민이 동의해 주겠는가.


문 대통령 스스로 환관 조고와 같은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유일한 방안은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추미애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자신이 임명한 윤 총장에 대해선 그 임기를 보장해 주는 길뿐이다.


그게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다. 그래야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간신배 같은 무리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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