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들의 ‘눈치 보기’ 역겹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6-04 13: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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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20대 국회에서 소신파 초선들로 활약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를 이을 21대 초선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를 놓고 당내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소신 정치'를 외쳤던 초선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침묵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민주당 친문 당원 500여명이 청구한 징계 청원에 금 전 의원이 '경고' 처분을 받자 헌법 가치와 국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당론이었던 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 징계를 내린 당의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사유는 헌법 가치를 따르는 국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도 “당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조응천 의원 역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으로 판단한 걸 징계한다는 건 본 적 없는 일.”이라고 가세했다.


시민단체까지 징계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꼽히는 경실련은 “(민주당의 금 의원 징계는) 국회의원의 양심의 자유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헌법과 국회법이 부여한 권한을 위반한 것으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면서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고 국회의원을 징계하는 것은 당론이 헌법과 국회법 보다 우선한 것이며, 국민의 대표로서의 소신을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것이 당론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애초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을 통해 개개인의 국회의원의 의사를 강제하려고 한 것이 잘못”이라며 “정당은 현안에 대해 당 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빌미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과 소신을 거슬러 강요하고 보복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 행위는 당론을 앞세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당론만을 따르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의 다양한 의사 표현과 민주적인 공론화를 무기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소신정치’를 하겠다던 초선 의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마도 이해찬 대표가 '강제적 당론' 논리를 내세워 경고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은 탓에 ‘찍’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심지어 초선인 김남국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태섭, 박용진 의원처럼 소신 있는 초선이 되겠다 "며 "긍정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선거 치르는데 '조국 프레임'으로 안 된다는 논리로 분위기 만들어서 다른 말 못하게 틀어막고 경선 못 치르게 한 것이 100배는 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금 의원을 ‘폭력적’인 의원으로 몰아붙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 초선은 초선다워야 한다. 국민이 그대들을 당선시켜준 것은 ‘소신 정치’를 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당 지도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아예 입을 닫아버리거나, 한발 더 나아가 김남국 의원처럼 지도부 홍위병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권자를 저버린 배신이다.


경실련의 지적처럼 지도부에서 당론을 미리 결정해놓고 강제하거나, 설령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은 국가를 생각하는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로 입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당론보다 우선한 것은 국가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소신과 양심인 것이다. 적어도 초선 의원이라면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간발의 표차로 낙선하고도 박수를 받으며 국회를 떠나는 김해영 최고위원은 초선 의원들 향해 “말 한마디 못할 거면 의원을 왜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듣는 귀가 있는 초선이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그래야만 정치생명이 오래가는 것이다. 부디 역겨운 모습은 보이지 말라. 국민은 지금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소신 있는 목소리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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