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09 13: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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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신당창당론을 꺼내들었지만 정치권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뜬금없다”, “혼잣말하나”, “사귀기도 전부터 애부터 낳자고 하는 격” 등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 발언에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모습이다. 무관심을 넘어 대단히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을 향한) 비호감을 줄일 방법의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 사실 새로운 정당”이라며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


그것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 되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그 이유로 야권, 즉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비호감을 꼽았다.


그런데도 김종인 위원장은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신당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혼자 하면 하는 것이지 어떻게 막겠나. 자기가 (창당) 한다는데"라며 이렇게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이처럼 냉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안철수 비호감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거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4.15 총선 이전의 여론조사이기는 하나,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공동으로 지난 1월 26~3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호감도 조사에서 안철수 대표는 66%로 유승민(61%)전 의원이나 황교안(56%) 전 대표보다도 높게 나왔다. (당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안철수는 유승민 황교안과 함께 ‘비호감 정치인 빅3’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사람이 야권에 대한 비호감을 운운하면서 신당 창당을 제안하고 있으니, 김종인 위원장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모든 건 자업자득이다. 안 대표는 정계 입문 이후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때마다 신당을 창당해 ‘창당 기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새정치연합’창당을 준비하다가 민주당과 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으나 친문ㆍ친노계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2월 탈당했다. 


이후 2016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김한길 전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28석 중 23석을 휩쓰는 ‘녹색 돌풍’으로 관심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그는 2017년 대선에 나섰지만 3위에 그쳤다.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안 대표는 2018년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이후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또 고배를 마셨다. 그 뒤로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있던 안 대표는 올 1월 귀국하자마자 같은 달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고작 재선 의원이라는 짧은 정치 이력을 지닌 그가 벌써 네 번씩이나 당을 만들었다가 엎어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한 것이다. 이번에 또 당을 만들면 다섯 번째 당을 만드는 셈이다.


한때나마 안철수의 순수성을 믿고 지지했던 언론인으로서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이 당을 만들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그 당을 지키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거다. 유승민 전 의원처럼 큰 당에 빌붙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이어가려는 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안 대표는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과 정치 생명을 함께 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든 차기 대선에 나서든 국민의당 간판으로 나가라는 말이다. 안 대표에게 국민의당은 네 번째 당이 아니라 마지막 당이어야 한다. 그래야 ‘비호감도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게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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