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골목대장’ 꿈꾸나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10 13:46:2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유승민 의원 상황 아니겠나. 탈당하고 싶지만 주변 사정은 쉽게 나갈 수 없는 형편이다. 유 의원이 나가겠다면 막을 길은 없다. 다만 나가도 자유한국당은 반기지 않을 테고 독자 정당도 난감할 거다.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의 대립 탓에 당이 지금 이런 모양이 됐다. 반목을 생각하면 안·유 신당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철수-유승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일축하며 이렇게 단언했다.


현재 유승민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 14명을 이끌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시켰다. 사실상 분당을 선언한 셈이다.


변혁 모임에는 옛 새누리당 출신 8명과 국민의당 출신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당권장악 후 한국당과의 통합을 목표로 당내에서 줄곧 ‘손학규 퇴진’을 외쳐왔다.


그러면 정말 유 의원이 신당을 만들 경우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가능한 것인가?


어림도 없다. 손 대표의 지적처럼 한국당은 지금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 의원을 반기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특히 유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민심은 매우 흉흉하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유 의원과 마주 앉아 당대당 통합을 논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황교안 대표는 당대당 통합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 “개별 입당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유 의원 측에 전달한 상태다.


그런데도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3대원칙’을 통합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당대당 통합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에 수용 불가능한 통합방안을 제시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유 의원이 보수통합보다는 ‘독자신당’의 대표, 즉 자신이 ‘골목대장’ 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유 의원은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탄핵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입장을 분명히 할 때 황교안 대표든 누구든 만나 통합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 일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 찬성파가 옳았다’고 인정하라는 건 한국당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게다. 


또한 유 의원은 사자성어 ‘불파불립(不破不立·낡은 것을 부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용하면서 “구체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정계파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당내 정치 지형은 친박계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다. 박맹우 사무총장,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 추경호 전략부총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친박계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복당파 의원들은 구심점을 잃은 채 각개전투 하는 상황이다. 유 의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친박 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내에선 당대당 통합은커녕 바른미래당 탈당파들의 복당마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도 유 의원은 왜 마치 보수통합을 추진할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일까?


자신을 따르는 바른미래당 내 의원들을 눈속임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혜훈 의원은 아예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변혁 모임 의원들 역시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 참여를 일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 정당의 중심인 바른미래당을 떠나 ‘유승민 신당’의 후보로 총선에 나선다는 것은 ‘죽음의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유 의원이 갑자기 보수통합보다 ‘유승민 신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시간이 오로지 대통령 선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나는 대권 출마 의지가 당연히 있는 사람이다. 지금 보수에, 한국당에 사람이 누가 있나. 내가 보수 후보가 돼야 정권을 빼앗아올 수 있다. 자신 있다”며 자신이 차기 보수진영의 대권주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당에 들어갔다가는 대권주자로 선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조그만 독자신당을 하나 가지고 있다가 한국당과 후보연대 형식으로 보수진영의 대권주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 통과되면 설사 지역구 의원들은 전멸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지닌 정당의 대표가 되어 골목대장 노릇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속내가 조만간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옛 새누리당 출신들 가운데 상당수가 개별 복당을 선택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국민의당 출신들도 그런 죽음의 길에 동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목대장 유 의원의 신세가 참 처량하게 됐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