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또 ‘폐족’이 되려는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09 13: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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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이 ‘귀책사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면서까지 후보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만 이미 그 앞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재보궐 프레임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심판론)는 응답이 과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반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안정론)’는 응답은 고작 30%대에 불과했다.


시장 후보 선호도 역시 범야권 주자들의 총합이 과반으로 여권 주자들 총합을 압도했다. 


이런 상태라면 설사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더라도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온갖 비난을 감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당헌을 개정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실제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5~6일 이틀간 서울시민 805명을 대상으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범야권 주자(나경원·오세훈·금태섭·조은희·윤희숙·이혜훈·김선동·박춘희)의 총합은 51.3%로, 여권 주자(박영선·박주민·우상호·전현희)의 총합 37.1%보다 무려 14.2%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야권 주자 선호도 총합은 국민의힘 지지도와 국민의당 지지도 합계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는 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 없다는 민심이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


보궐선거 구도(프레임) 역시 여당이 주장하는 ‘안정적 국정운영론’은 38.7%에 그쳤으나, 야권이 주장하는 ‘정부 여당 심판론’은 50.6%에 달했다.


그나마 여당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정당지지율에선 민주당(34.4%)이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국민의힘(32.1%)보다 조금 앞선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부산지역에선 이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6~7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지지율 역시 국민의힘이 44.7%로 더불어민주당 25.8%를 크게 앞지른 탓이다.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를 한참 벗어난 수치다.


범야권 주자들(박형준·이언주·서병수·이진복·박민식·유기준·유재중·노정현)이 획득한 적합도 총합은 56.4%로 과반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여권 주자들(김영춘·김혜영·변성완·박인영) 총합은 23.2%에 그쳤다. 둘 사이 격차가 무려 33.2%p에 달했다. 


‘재보궐 프레임 공감도’ 조사 역시 ‘정부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심판론)는 응답이 56.6%에 달했다. 반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안정론)’는 응답자는 32.3%에 그쳤다. 두 응답의 격차는 24.3%p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민주당으로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서울의 경우 8일, 부산은 9일에 각각 공개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민심은 오만한 민주당에 대해 “반성하라”고 회초리를 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거대한 177석의 ‘공룡 정당’을 만들어 주었던 민심이다.


그런 민심이 등을 돌려 회초리를 들었다면, 민주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다.


실제 공수처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까지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 추진단을 통해 국회 세종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행정수도 추진을 본격화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민주당은 민심을 의식해 국민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를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미 일방적인 개혁안 입법들로 여야가 무한대치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은 의미가 없다.


제멋대로 공수처법안 개정을 추진한 민주당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독재 정치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무능하고 탄핵당한 정권을 창출했던 정당이라고 해도 집권당은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치하려는 자세를 보여야만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경고하거니와 177석 의석의 힘만 믿고 의회 독재를 자행할 경우, 민주당은 4.7 보궐선거에서 민심의 뜨거운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차기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고,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폐족’ 선언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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