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개정 ‘비토권’ 무력화라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24 13: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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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25일 후보 추천을 위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그와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 절차에 착수한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것이 골자다. 


김용민 의원의 발의한 개정안은 최종 후보자 추천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로 하고 있다. 현행 법안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돼 있다. 백혜련 의원의 개정안은 후보자 추천 시한을 정해놓고 이를 넘기면 국회의장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형식적으로 논의하는 척 시늉만 내다가 공수처법을 개정해 자신들이 점지한 후보를 일방적으로 추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는 민주국가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당독재의 횡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 현행 공수처법은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재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에도 민주당이 주도해 만들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으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물론 국민의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때 민주당은 “공수처장은 야당 마음에 안 들면 될 수 없다”, “야당 거부권을 확실히 인정하겠다”며 야당을 적극적으로 달랬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공수처장 임명은 야당동의 없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 자기가 만들어준 비토권을 자기들이 거두어들이겠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민주주의는 속도보다 절차를 중요시한다.


비록 더디 가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는 말이다.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후보추천위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특히 초대 공수처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현행법도 적격 동의를 받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권력 기구의 수장인 공수처장에 여당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특히 공수처법안에 찬성했던 정의당도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의 가장 큰 명분은 야당의 강력한 비토권이었다"며 "공수처를 설치도 하기 전에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입법부인 국회가 웃음거리가 된다.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상식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의 말마따나 법 개정을 통해 야당의 비토권을 힘으로 무력화시키고 출범하는 공수처라면, 그 공수처가 어떤 권위를 가질 수 있고, 또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지금 여당이 들어야 할 카드는 섣부른 법 개정이 아니라, 후보 추천위에 오른 후보들이 정말로 법이 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라는 정의당에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5선 중진의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법에 마련된 야당의 비토권에 대해서 그걸 바꾸려고 하는 것도, 무력화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수처 출범시켜 추미애 공수처장 앉히고, 조국 사태, 라임 사기 사건, 옵티머스 사기 사건 같은 정권 비리 막겠다는 심보"라며 "현명한 국민이라면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 의원의 예상이 맞는다면, 즉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공수처장에 임명하기 위한 술책이라면, 경고하거니와 그건 민주당 스스로 패망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74석의 거대 공룡 정당인 민주당은 겸허할 필요가 있다. 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적극 지지했던 국민이 지금 등을 돌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은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한 것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국민의힘도 야당에 부여된 권한인 비토권을 ‘시간끌기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 역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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