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유혹 물리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25 13: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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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미래통합당에 맞서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위성정당 ‘군불 때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상이 아니다. 비례대표는 원래 전문가를 영입해 입법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마치 ‘파견직’처럼 위성정당으로 입성한 비례대표가 다수가 되면 어떻게 될까?


보나마나 지금보다 더 전문성은 떨어지고, 진영논리는 극대화되고, 한층 더 해로운 정치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래한국당의 반칙 행위를 폐쇄시키지 않으면 '그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며 위성정당 창당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도 비례위성정당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운을 떼었다. 이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수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도 “미래통합당처럼 ‘미래민주당’도 만들어라,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추겼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정치인들이 이처럼 많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니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성정당은 추악한 ‘꼼수’다. 거대 양당의 ‘놀부 심보’에서 비롯된 추태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를 뜯어고쳐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음에도 집권당과 제1야당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이 도화선이 되어 비록 부족하나마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힘겹게 통과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구에서 강세를 보이는 집권당과 제1야당 같은 패권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정당에게 내어주고 그 소수정당들이 소외된 소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당연히 그 어느 정당과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고, 국회 내에서 일상처럼 자행되었던 제1당의 독선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패권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마저 독식하게 된다면, 준연비제 도입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정치는 한층 퇴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의석에서 여당보다 적게는 10석에서 많게는 20석 정도는 더 얻을 것이고, 그로 인해 민주당은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어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따라서 비례위성정당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인 의석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나중에는 집권에 도움이 된다. 


정치개혁의 결실이 목전에 다가오자, 선거법 협상은 외면한 채 꼭두각시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황교안 대표의 발상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장담하건데 꼭두각시 위성정당을 만든 황교안 대표는 준연비제 도입의 의의와 가치를 내팽개친 채 우선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만 쫓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로인해 대권의 꿈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 수도권 지역구에서 궤멸하더라도 비례 몇 석을 더 건지는 꼭두각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놔둬라. 그들이 총선 이후 스스로 소멸되는 길을 택하겠다는 데 그걸 굳이 나서서 말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따라 비례전문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정의당이 여당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이런 연유다. 


거듭 말하지만 비례전문 위성정당 창당은 ‘묘수’가 아니라 ‘꼼수’이고 ‘추태’다. 정치란 때로는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일 때 아름다운 법이다.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가 더 아름답다. 민주당은 설사 비례의석 몇 석을 손해 보더라도 ‘꼼수’가 아니라 ‘정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 당장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정당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정하고 국민 앞에 그 뜻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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