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04 13: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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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4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위한 '4+1' 협상에 착수하자마자 벌써부터 결실이 맺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과 창당을 준비 중인 대안신당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전날까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향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철회 및 국회 정상화'를 요구했으나, 한국당이 응하지 않고 국회파행을 고집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여야 4+1 협의체는 벌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단일안을 마련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여야 4+1 협의체가 마련한 새로운 단일안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주기로 하는 대신 일정 부분 행사를 제한하는 방안이다. 기소권을 기소심의위원회를 통해 제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되, 기소 여부는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안에 대해 거의 90%까지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4+1'협의체는 선거법개정안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지역구 의석 규모, 비례성 및 대표성 확보를 위한 연동률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경우에도 현재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보다도 연동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의 잘못된 제도로 인해 50%에 달하는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민심을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바림직한 선거제도로 꼽힌다.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100%연동률을 적용하는 게 맞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 합의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확대를 기본 원칙으로 비례성, 대표성을 제고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 당파적 이득이 개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런데 기득권을 조금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한국당의 극단적인 저항과 기득권을 일부만 내려놓으려는 민주당의 소극적 저항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50%만 연동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패스트트랙에 올랐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개혁이 아닌 일부 개혁만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마저도 후퇴시키려는 반개혁 움직임이 민주당 내부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에 대해 ‘250석 대 50석’방안을 언론에 흘리는가하면, 연동률에 대해서도 ‘40%’안을 흘리는 등 연비제를 약화시키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은 '50%+α' 준연동형 선거제에서 어떠한 후퇴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은 그런 움직임에 대한 경고다. 만일 민주당이 연동율을 낮추는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반개혁이자,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과의 협치마저 거부하는 행위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앞장서서 보다 더 개혁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한국당과의 협상은 물 건너갔다. 기득권을 고집하며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과의 협상은 사실 처음부터 무의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제1야당을 존중하다보니 각 정당은 준연비제라는 ‘반쪽 개혁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빠진 지금이 개혁을 완성시킬 기회일지도 모른다.


4+1협의체가 확실한 개혁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오히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보다도 더 개혁적이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단일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4+1협의체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린 개혁안 가운데 지역구 축소 안을 현재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로인해 의원정수가 조금 늘어나고 일시적으로는 국민의 비판이 따르겠지만, 그건 의원 세비 인하와 기득권 내려놓기 등을 통해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나가면 되는 일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나’하면서 서로 눈치만 보다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모든 정당이 그 역할을 위해 협력하되 특히 집권당인 민주당이 선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공수법안에 대해 단일안이 만들어졌듯이 선거법 개정안도 손쉽게 단일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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