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공룡 조직’ 출범…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23 14: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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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년 반 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친문 진영이 거대한 조직을 만들었다.


22일 공식 발족한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대규모 싱크탱크이자 친문 진영의 최대 조직으로 가히 ‘공룡’이라 할만하다.

 

민주당 현역 의원 174명 가운데 무려 56명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고 하니, 당내에서 그 위세가 어떠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특히 원조 친문으로 불리는 ‘부엉이모임’의 홍영표·전해철·김종민 의원을 비롯해 윤호중·정태호·김영배·황희 의원 등 친문 주류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체 이들이 민감한 이런 시기에 매머드급 조직을 서둘러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초대 이사장 겸 연구원장으로 선출된 도종환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단순한 정책 연구 모임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도종환 의원은 “1년 반 뒤에 대선이 있는데 정권을 또 맡기 위해선 나라를 끌고 갈 실력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책임질만한 인재를 키워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빙빙’ 돌려가면서 말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대통령이 될만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여권에서는 이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구도 형성되어 있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도 “나라를 책임질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것은 그들이 대선주자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종환 의원도 그런 속내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그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형성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양강구도가 끝까지 가겠느냐’는 질문에 “정치는 예측불허”라며 “현재로선 그대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과거를 보면 새로운 유력주자가 나타나서 정치판이 요동치는 일이 항상 있었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자신들, 즉 친문 진영이 바라는 대선주자가 아니고, 반드시 자신들이 바라는 유력주자가 나타날 것이란 의미다. ‘유력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친문계가 대선에 대비해 일단 ‘조직 다지기’부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모임의 참석자들 대부분이 이 대표나 이 지사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일 이들이 20%대 박스권에 갇힌 이 대표와 이 지사에 대해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3의 후보를 공식적으로 내세우면 당내 대권 구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내세우려는 ‘제3의 후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애초 김경수 경남지사를 염두에 두었으나, 그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새로운 주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유시민 씨까지 두루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특별히 어느 한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즉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낙연-이재명은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그들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주자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은 양강 주자를 제외한 군소 주자들과 물밑 거래를 통해 새로운 ‘친문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할 개연성이 크다. 조직의 규모나 멤버들 면면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들의 지지를 받으면, 충분히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주자’가 본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날이 갈수록 ‘반문 정서’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런 대선 주자에게 표를 던질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라도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즉각적인 해체가 답이다. 더구나 변화의 시대에 변화를 거부하는 ‘공룡 조직’이라니 어디 말이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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