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어린이 합창단 해체는 경영논리의 최고 악수(惡手)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15 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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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KBS는 공영방송이다. 민방과 달리 높은 공익성으로 스스로 국민의 방송이라고 말한다. 그런 KBS에 70년을 넘긴 어린이합창단이 있다. 지난해에 해체됐다.


그리고 올해 지역 네트워크인 청주, 전주, 울산, 부산, 제주에 해단 통보를 했다. 경영난이 이유다. 별 효과도 없는 합창단이란 판단에서다.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학부형들은 속을 앓았다. 무기력에 지휘자들은 선생님의 얼굴이 아니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왜 이렇게 망가질까. 거꾸로 가기 대회라도 하는 것일까? 아이들과 청소년은 말로만 미래요 희망이다. 그 어떤 정책에서도 아이들과 청소년은 궁색하다. 방어권이 없는 아이들을 힘으로 누르는 것은 유교적 전통이 사라진 오늘에도 여전하다. 특히 문화에서 아이들은 정책 소외로 병들어가고 있다. 


■청소년을 보는 시각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갈라져 


사실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경계다. 지난해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 마크롱은 아이 때 노래의 경험이 정서 교육은 물론 사회성이 좋아지고 후일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큰 예산을 주고 교과에 넣도록 했다. 영국에서도 초딩들에게 노래를 시켰더니 자신감을 준다며 예산을 늘렸다. 여기에 가까운 일본은 가히 합창나라이다. 그 숫자가 몇 만이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장도, 군수도, 국회의원, 사장도 청년시절 합창을 한 경험한 탓에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브라스 밴드나 오케스트라도 비슷하다. 


우리도 몇 해 전에 엘시테마를 들여와 각급 학교에 1억씩 주고 시작한 오케스트라 운동이 지금은 악기가 창고에 쌓여 있다. 그래도 최근 우리 주변엔 동호인 문화가 확장이다. 학창 시절 가곡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분들은 그 때의 경험으로 문화 복지의 행복한 인생을 보낸다. 수백조원을 퍼붓고도 출산이 늘지 않는 정책도 좀 바꿔 보시라.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 합창하는 모습을 보이면 달라지지 않겠는가. 


■아동과 성인 문화의 식별도 못해서야 


그렇다. 아이들은 순수한 동심을 갖고 커야 한다. 어른 흉내 내는 게 자랑이 아니다. 공영방송마저 전국노래자랑에 5~6살 꼬마를 내세워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를 때는 KBS 사장이 누군지 알고 싶어졌다. 그걸 재롱이라고, 박장대소하고 웃다니, 이 얼마나 유치찬란한가. 마치 아이들에게 술을 먹이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성인과 아동의 식별을 못하는 문화 문맹이 안타깝고 슬프다. 


최근 공영방송 KBS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등의 자구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없앨 것과 지킬 것을 구분 못하는 방송이 아니길 바란다. 100년 느티나무도 전기톱으로 자르면 10분이면 족하다. 70년 역사의 어린이합창단 뿌리를 파내는 것이 경영혁신은 아니다. 설상가상 자존심 버리고 케이블 채널에서나 하는 노래 경연을 쫒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이 사회의 토양을 건강하게 해야 한다. 결코 어린이합창단 해체 같은 악수(惡手)를 둬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꿈을 꺾고 좋아할 부모는 없다. 자신은 굶을지언정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애들이 뭘 해? 이런 꼰대들의 집합체가 KBS가 아니길 바란다. 합창단의 원상회복과 특별 예산을 세워서라도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튼튼히 하는 진정한 공영방송 KBS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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