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검찰총장 탓? 제왕적 대통령 탓?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29 14: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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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조국(전 법무장관)아, 이게 네가 말하던 검찰개혁이냐? 푸하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개혁 권고안에 대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해괴하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검찰개혁'은 결국 조만대장경이 되어 버렸다.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의 이런 판단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


앞서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수사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극심한 갈등이 검찰총장의 제왕적 권한 탓이라고 진단하면서 수사지휘권과 인사권, 두 핵심 권한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는 거다.


그런데 당장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지검장에 분산하는 방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지검장들은 검찰총장처럼 임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미애 법무장관이 권력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을 ‘줄줄이’ 좌천시켰지만, 윤석열 검찰총장만큼은 함부로 자를 수가 없다. 임명은 대통령이 하지만 임기가 보장된 탓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수사의 방식이 어떻든 적어도 윤석열 검찰은 죽은 권력(적폐청산)과 산 권력(친문비리)에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며 "내가 아는 한 검찰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이 결국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그런데 검찰개혁위 권고안대로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패싱’하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지검장들을 직접 지휘하게 되면 ‘방패막이’가 없는 지검장들이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


어림도 없다. 검찰이 장관의 정치적 주문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현재 모습이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오죽하면 진중권 전 교수가 "정권은 이른바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로 만들었다"며 "과거에도 검찰은 산 권력에 칼을 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한탄했겠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문재인 정부가 살아있는 권력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비리 수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개혁위 권고안대로라면 이제는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친문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통령에 대한 유일한 견제장치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마당에 그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검찰개혁위 권고안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제왕적 검찰총장’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는 일이 더 시급하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이승만이 만든 제도로 박정희, 전두환을 거치면서 그 권한이 더욱 커졌고, 6.10 항쟁을 통해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비록 직선제로 바뀌긴 했으나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이라는 잔재는 그대로 남아 있는 대단히 잘못된 체제다. 따라서 이제는 87년 낡은 체제를 새 시대에 걸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분권형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앙집권적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분권형 개헌,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입법부와 나누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는 바로 이 같은 ‘개헌’ 논의가 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제 7공화국’ 건설을 가장 먼저 주창한 손학규가 상당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부산 시장 후보를 공천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문제의 근원이 ‘제왕적 검찰총장’ 탓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이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숨죽여 지내는 손학규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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