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7공화국’ 선언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2-08 14:14:3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177석의 거대한 의석을 거느린 더불어민주당의 의회폭주는 마치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태롭다.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여당은 90일의 검토시한이 있는 안건조정위를 고작 90분 만에 끝내버렸다. 


또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의 표결처리 직후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기립으로 의결 처리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가 처리된 후 기습적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의 상정 및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토론요청마저도 “토론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잘라버렸다.


반대토론이나 제대로 된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의석수를 앞세워 의회 폭거를 자행해야 할 만큼 민주당이 아주 다급한 모양이다.


대체, 민주당은 무엇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이토록 공수처법 개정안에 목을 매는 것일까?


오늘 기습적으로 의결 처리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게 핵심내용이다. 한마디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거머쥔, 검찰을 능가하는 최대권력의 수장에 친(親)정부 인사를 앉히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법 개정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어제 전국 법원 대표판사들이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대응 방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음에도 윤 총장 측에 징계위를 오는 10일 오전 10시 30분에 열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추 장관이 오히려 수세에 몰린 상황에도 징계위를 개최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이처럼 윤석열을 찍어내고, 공수처장에는 친정부 인사를 앉히려는 목적은 단 하나일 것이다.


말로는 ‘검찰개혁’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검찰과 공수처를 장악해 권력을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어쩌면 이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말한 ‘20년 장기집권’을 위한 계획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칼날은 이미 권력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몰래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산업통상자원부 간부 2명이 공용전자기록 손상, 감사 방해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구속된 모 국장은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서기관은 휴일 밤 정부청사 사무실로 들어가 자료 444건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제 검찰은 누가 이들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했는지, 그 ‘윗선’을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소환 조사한다고 한다.


만일 이들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고 그러면 ‘20년 장기집권’은커녕 당장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극단적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윤석열 찍어내기’와 ‘공수처법 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옳지도 않거니와 성공을 거두기도 어렵다.


차라리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불행한 대통령 역사’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개헌하겠다는 ‘7공화국 선언’으로 돌파구를 찾는 게 낫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제3지대’의 중립적 인물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폐족’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