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물을 비워야 맑은 물이 들어온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04 14:16:1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대폭적인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다. 빈 공간을 마련해 두어야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 올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수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빈 공간 없이 모든 자리를 잔뜩 채워놓고 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 그만큼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다.


먼저 민주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금 민주당 내부에선 ‘40명 물갈이설’로 뒤숭숭하다.


현재까지 당내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12~13명가량 된다. 그 수는 더욱 늘어나 15명 선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당 지도부는 현역 국회의원 최종평가에서 하위 20%를 계산할 때 전체 모수에서 총선 불출마자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16년 민주당 현역 의원평가 때 불출마자들을 포함해 하위 20%를 '컷오프'했던 것과 비교할 때, 한 층 더 '물갈이'폭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물갈이'를 강력하게 추진 이유는 당 안팎에 조성된 '중진 용퇴'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하위 20%에 들어가게 되면 불출마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인위적인 물갈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용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해야만 새로운 인재가 수혈된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즉 물갈이 되는 의원의 지역구를 비워두어야 필요한 인재들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구정물을 버려야 맑은 물이 들어 올수 있다”고 했다.


현역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약 40개가량의 지역구를 비워두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인재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이른바 ‘비우기’ 전략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채우기’ 전략을 선택할 것 같다.


황교안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우리 당을 위한 많은 질책과 고언들이 있었고 이를 경청하고 있다. 당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며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의 혁신과 통합으로 새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황 대표는 그동안 바른미래당 내에서 비당권파 모임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잇단 러브콜을 일축해 왔다. 유 의원은 최근 황 대표를 향해 연일 “한번 만나자”고 구애의 손짓을 보냈지만, 황 대표의 반응은 아주 싸늘했다.


그런데 이날 “당의 혁신과 통합으로 새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드리겠다”며 사실상 유 의원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관련 의원 60명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당은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워진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공간은 그만큼 적어지는 셈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비우기’전략과 한국당의 ‘채우기’ 전략 가운데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일까?
어느 하나를 지목해서 “이게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빈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에 김관영 전 원내대표를 임명했다. 손학규 대표는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타협과 협상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내 임기의 상반기 국회 운영은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 없이는 못 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로 그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로 활약할 당시에는 국회 내에서 제3당으로서의 당의 위상과 존재감은 상당히 빛이 났었다. 그가 원내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정당 지지율은 마의 10%대를 돌파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크다. 결과적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문병호 전 최고위원의 탈당으로 빈공간이 마련되었고, 김관영 전 원대표가 맑은 물로 그 공간을 채워준 셈이다. 손학규 대표가 유승민 일파의 탈당 움직임에도 ‘대안신당’ 등과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흙탕물로 인해 맑은 물이 들어올 공간이 사라질 것에 대한 염려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구정물이 나간다고해서, 아무리 급해도 그 자리를 흙탕물로 대신 채우지는 않겠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내년 총선은 우선 먼저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구정물까지 마구 받아들이는 한국당과 넉넉하게 자리를 비워두고 그 자리에 맑은 물을 채우려는 바른미래당이 제1야당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